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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탈북 여간첩’ 사건은 조작”…‘황 중위’ 부모 재조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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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탈북 여간첩’ 사건은 조작”…‘황 중위’ 부모 재조사 요구

뉴스1입력 2017-10-19 05:38수정 2017-10-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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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만 벗으면 된다’는 말에 허위 진술해
끊임없는 의혹 ‘재조사’ 통해 진실 밝혀야
지난 12일 원정화 간첩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며 '황 중위'의 아버지 황현진씨가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등록한 글 내용 중 일부© News1

지난 2008년 소위 ‘1호 탈북 여간첩’이라고 불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원정화 간첩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3년6개월의 징역을 살았던 ‘황 중위’와 가족들이 당시 간첩사건은 조작됐고, 황 중위가 강압에 의해 허위 진술을 하게 됐다며 정부에 재조사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19일 전 육군 중위 황모씨의 아버지인 황현진(가명)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원정화는 아들에게 북한의 간첩이라고 밝힌 바 없었지만, (아들은) 기무사 조사 요원들의 강압적인 조사에 허위진술을 하게 됐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허공에 소리치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이제야 말을 꺼내게 됐다”고 밝혔다.

황씨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당시 촛불집회로 불리했던 정국을 극복하기 위해 간첩사건을 조작했거나 부풀렸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아들은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사건 자체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기무사의 강압적 조사에 “원정화 간첩인 줄 알았다” 허위자백

앞서 지난 2008년 8월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군과 국정원까지 합세한 ‘합동수사본부’는 원정화씨가 북한에서 위장 탈북한 국내로 들어와 군 장교들과 교제하며 확보한 군사기밀을 북측으로 유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수사본부는 고정간첩으로 활동하며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던 계부 김모씨와 원씨와 연인관계로 지내던 육군 모사단 소속 정훈장교 황 중위를 원씨와 함께 구속했다. 수사본부는 원씨가 총 7명의 현역 군 간부에게 접근했다고 밝혔지만 구속 기소 된 것은 황 중위 한명이었다.

수사본부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원씨가 황 중위에게 “나는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이다. 내 임무는 탈북자 출신 안보강연 강사 신원을 확인해 북한에 보고하고 군 간부를 포섭하는 것이다. 너도 포섭했다고 조국에 보고했다”고 말했으나 황 중위가 이를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았으며, 황 중위가 신고하지 않은 것은 “원씨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황씨는 “아들은 원씨로부터 북한의 공작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으며 기무사 조사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허위 진술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당시 기무사 요원이 ‘군복만 벗으면 간단하게 끝날 일인데 왜 시인하지 않느냐’며 아들에게 자백을 집요하게 요구했다”라며 “아들은 군복만 벗으면 된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 지겹고 불합리한 군생활을 계속하느니 빨리 옷을 벗고 사회에 나가야 되겠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또 “아들이 원정화에게 간첩활동을 하도록 정보를 제공했다고 기무사에서 여러 증거물을 내놓았지만 한가지도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정화 사건, 초기부터 지속된 ‘조작 의혹’ 계속돼

사실 ‘원정화 사건’은 발생 초기부터 공안 당국에 의해 ‘조작됐다’라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2008년 수사결과 발표 직후부터 사건 수사가 원씨의 자백에만 의존해 부실했으며, 수사본부가 밝힌 원씨의 과거 행적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씨가 수집한 군 정보라는 것도 군부대 위치, 군장교 명함 등 가치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씨의 주변 인물들도 언론을 통해 원씨가 간첩으로 활동할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또 당시 원씨를 기소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에 대한 의혹도 쏟아졌다. 당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원씨는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의 최룡해 당시 위원장에게 발탁돼 오전에는 사로청의 서기로 근무하고 오후에는 금성정치군사대학에서 공작원 양성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탈북자들 사이에서 사로청에는 ‘서기’라는 직책이 없으며 공작원 양성 교육을 일반인과 함께 지내며 오후에만 받았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씨는 평양에 있는 특수부대에서 공작원 훈련을 받았다고 했지만 평양 도심에서 특수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어 원씨의 주장이 법정에서 부정되기도 했다. 원씨가 함께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던 계부 김모씨가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받은 것이다. 김씨는 2003년에서 2006년 사이 원씨에서 10억원 상당의 공작금을 제공하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소재를 알아내려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제출된 사건 기록을 볼 때 김씨가 북한에서 남파한 간첩이라는 점이나 원씨가 간첩임을 알고 도와줬다는 내용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잠잠해졌던 원정화 사건은 2014년에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한 언론을 통해서 원씨가 계부인 김씨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2008년 진술했던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언론에 공개된 원씨와 김씨에 대화에서 원씨는 “1996년 이후 북한에 가본 적이 없다”라며 ‘“난 보위부의 ’보‘자도 모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뒤집었다.

이후 다른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원씨는 ’자신은 간첩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형량을 낮추기 위해 아버지까지 간첩이라고 허위로 진술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MB 정부 촛불정국 극복하기 위해 사건 조작 의심돼”

황씨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원정화 간첩사건은 모두 원씨의 거짓 자백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가 간첩이었다는 실제적 증거가 없다”라며 “원씨는 자신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신분이 보장된 군 장교에게 접근했고 아들을 이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씨는 ’원정화 간첩사건‘이 터진 시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었던 때였다며 당시 정부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간첩사건을 조작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원정화 사건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배와 조사가 진행되던 와중에 발표됐으며 이후 촛불집회의 분위기는 잦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일 현진씨는 자신의 심경을 담아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원정화 간첩사건 재조사의 건‘이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올렸다.

탄원서에서 황씨는 “믿을 수 없는 사건 때문에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의 장래가 망가지고 인생이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3년6개월이라는 감옥 생활을 하게 됐다”라며 “지금도 여전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처지에 있다”고 전했다.

황씨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법적 대응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겠지만, 재조사가 이뤄지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재심 신청을 비롯해 원씨에 대한 법적인 대응도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씨는 간첩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형을 받고 항소하지 않았으며 형을 마친 뒤 2013년 출소했다. 이후 그는 장성택 처형사건, 김정남 암살사건 등 북한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종합편성 채널 등에 출연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황씨는 “탈북 여성 한 사람이 수사 당국에 이용돼 전 국민 대부분을 속이고 있다면 비슷한 방법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원정화 사건은 재수사 되어야 하고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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