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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정훈]스타장관 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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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정훈]스타장관 강경화

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7-10-18 03:00수정 2017-10-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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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62)은 어딜 가나 남의 시선을 붙잡는다. 인상적인 은발에 지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연예인을 뛰어넘는 스타의 매력을 품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다. 논리보다는 이미지가 설득의 힘이 강한 게 세상 이치다. 강 장관도 지난달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내가 한국에서 얼마나 유명한지, 모든 사람이 알아봐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중의 인기를 받는 장관은 대통령에게도 소중한 자산이다. 큰 과실(過失)만 없으면 지지층을 붙잡아두는 효과를 낸다. 노무현 정부에선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선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질과 도덕성 논란에도 강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는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력은 아직 기대 이하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주요 의원들을 만나고 돌아갔지만 “임팩트가 없다”는 평이 많았다. 12일 국정감사장에서는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전술핵과 전략핵의 개념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더 큰 자질 논란을 낳았다. 북핵이 세계를 위협하는 시점에 이런 외교 책임자의 모습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문제의 본질로 가보자. 6월 워싱턴을 방문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와 만났을 때다. 마침 문 특보의 연세대 후배인 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은 날이었다. 기자가 ‘경험이 적은 강 장관에게 외교를 맡기기엔 너무 위중한 상황 아니냐’고 물었다. 문 특보는 허리를 뒤로 젖히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장관은 비서(secretary)잖아요. 외교부 장관은 본인이 뭘 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청와대가 시키는 걸 잘하면 되는 건데, 약하고 할 게 뭐가 있어요. 은근 뚝심도 있어서 잘할 거예요.” 강 장관을 ‘얼굴마담’으로 쓰겠다는 말로 들렸다. 통상전문가 출신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입지도 강 장관보다 나을 게 없다는 말이 나오니 현 정부의 외교안보를 누가 주무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한 야당 의원은 “솔직히 강 장관이 불쌍하다. 실권도 없는데, 여기저기서 깨지기나 하고…”라고 했다. 정부 내에서도 “청와대가 모든 걸 주도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그와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일을 똑 부러지게 한다”거나 “남성 못지않은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강 장관의 상대는 모두 외교 거물들이다. 석유 사업으로 국제무대를 누볐던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중국 최고의 외교 실력자로 평가받는 왕이(王毅) 외교부장, 6자회담 수석대표 출신으로 배짱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 그들은 유엔 사무총장 정책보좌관을 지낸 강 장관이 한국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강 장관은 워싱턴 강연에서 “외무고시를 통하지 않은 장관이어서인지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리더답지 않은 약한 모습이었지만, 아웃사이더 출신 장관으로서 인간적인 고뇌를 토로한 말로 들렸다. 질타와 관심을 동시에 받으면서 자신이 스타인지, 외톨이인지 심리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스타는 타고난 자질을 기반으로 고통을 이겨내며 탄생한다. 한계를 극복하는 건 강 장관 몫이다. 강 장관이 진짜 스타가 돼야, 대한민국 외교가 산다. 지금처럼 외롭고 처량한 존재라면 그에게 장관은 벅찬 자리다.
 
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sunshade@donga.com


#전술핵과 전략핵#강경화 장관 자질 논란#강경화 장관이 진짜 스타가 돼야 대한민국 외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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