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국빈방문 트럼프와 ‘친구’되면 코리아 패싱 사라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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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3일부터 14일까지 한중일 3개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방문한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으로 일본을 거쳐 한국에는 7일 오전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8일 오후 다음 순방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보장하려는 국제사회의 결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빈방문(State Visit)은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25년 만이다.

순방 일정을 보면 하와이 미 태평양사령부를 시작으로 주일미군과 주한미군 기지를 찾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군사옵션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보와 경제 동맹국인 우리에겐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도 양국 정상끼리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1993년 빌 클린턴 이후 24년 만에 국회 연설도 한다. 백악관은 “한미 양국의 지속적인 동맹과 우정을 확인하고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데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의기관인 국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압박정책에 대한 한국민의 공감대를 넓히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여야를 떠나 한미동맹을 통한 최고의 대북 압박에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 대화와 군사적 옵션이라는 두 개의 카드를 쥐고 있는 트럼프는 한중일 3개국 정상과 연쇄 회동하면서 자신의 선택지를 분명히 하려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 압박 국면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에 집착한다는 미국 내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이 배제된 북-미 대화의 위험성을 주지시켜야 한다. 어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지키고 만들어내기 위한 힘이 필요하다”며 독자적인 방위산업 역량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자력으로 평화를 지킬 힘을 키울 때까지는 한미동맹에 의존해 한반도에 드리운 안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통 크게 담판에 나서 양국이 안보와 경제에서 윈-윈 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확신을 트럼프에게 심어주길 바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자택을 찾아가면서까지 공을 들였다. 지금은 아베 총리를 ‘신조’라고 부르는 막역한 사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도 ‘프렌드’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정상 간 친밀감은 왕왕 껄끄러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된다. 트럼프 방한은 일본과 중국 방문 사이에 끼어 있다. 한국이 경유지 정도가 돼선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트럼프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일본과 중국 못지않음을 각인시켜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한미 fta#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트럼프 한중일 방문#코리아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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