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非배우자 난자-정자로 임신시술 한해 1200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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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노산 영향… 3년간 27% 급증

‘씨 없는 수박.’

이런 실없는 농담을 들을 때만 해도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동네 산부인과를 찾은 김모 씨(35)는 “선천적 무정자증인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자세한 원인을 알고자 비뇨기과를 찾은 김 씨는 정밀검사 결과 고환에 정자가 아예 생기지 않는 ‘비폐쇄성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난임 시술로는 임신이 불가능한 상황. 그의 아내(35)에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결국 부부는 타인의 정자를 기증받기로 했다. 의사는 기증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직접 공여자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세 살 터울의 형을 설득했고, 형의 정자를 기증받아 1년 뒤 아이를 출산했다.

김 씨처럼 형제나 지인,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난자와 정자를 기증받아 이뤄지는 임신 시술 건수가 한 해 10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2∼2015 연도별 비(非)배우자 난자·정자 사용 현황’에 따르면 비배우자의 생식세포를 기증받아 임신 시술을 받은 건수는 2015년 1205건이었다. 2012년 951건과 비교해 3년 사이 27%가 늘었다. 의료계는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시술도 꽤 있을 것으로 본다. 만혼(晩婚)과 노산 등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배우자의 난자나 정자 사용은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생식세포 기증에 관한 규정과 제도는 미비해 시술 병원들은 기증자 기근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임신을 원하는 난임 부부들은 생식세포 매매나 대리부·모 같은 불법적 경로를 찾아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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