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트럼프에 보고된 대북 군사옵션은 선제타격 위한 사이버전-참수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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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의 한반도]지휘체계 마비-수뇌부 제거시켜 전면전 확전 최소화 시나리오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국방부로부터 보고받은 대북 군사옵션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선제타격을 위한 사이버전과 특수부대 침투 작전이 주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압박을 통한 북핵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거리 발사 등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실행 가능한 군사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직접 나선 이날 보고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내며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에서 진행된 이날 보고에서는 북한을 선제타격 하더라도 한반도 전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며 “사이버전을 통해 핵과 미사일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명령 전달 체계를 끊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과 특수부대 투입을 통한 김정은 제거 작전으로 북한 군부가 무력대응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 등이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전과 참수작전을 성공시킬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18일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하지만 상세히 말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작전은 북한 지휘부의 ‘머리’와 ‘신경망’을 끊어 전쟁 수행 능력을 일거에 무력화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핵·미사일 단추’를 손에 쥔 김정은과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동시에 전쟁 지휘 체계를 마비시켜 전면전으로 확전되기 전에 사태를 종결짓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참수작전의 경우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UAV) 등으로 김정은의 소재를 파악한 뒤 스텔스·재래식 첨단 전략폭격기와 전폭기로 정밀타격이 시도될 수 있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 집무실이나 지하벙커(은거지), 군 전략지휘소 등 주요 시설을 공대지미사일 등으로 초토화하는 작전계획이 검토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올해 3월 한미연합훈련에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투입됐던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6팀(데브그루)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 지도부 제거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수부대가 북한 핵심 지휘시설에 침투해 핵·미사일 시설을 파괴·장악하는 작전도 예상된다. 동시에 과거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무력화한 ‘스턱스넷(Stuxnet)’ 같은 사이버 무기로 북한의 전쟁지휘망을 망가뜨리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미국이 김정은의 정확한 동선(動線)과 은신처를 파악할 수 있느냐가 참수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를 위해 위성과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전의 경우도 외부와 차단된 북한 내 핵·미사일 전산망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침투시킬 수 있는 기술 확보 여부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선제타격을 위한 군사옵션에 대해 구체적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받은 (대북) 군사옵션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냐’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미국이 한국과 협의 없이 단독으로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이 단독으로 (전쟁을) 한다는 그런 것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옵션은 한미 간의 협의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이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같은 입장이냐’는 질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소 다른 태도와 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생각하기로는 아마도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그 주제(북한)에 대해 더 강경하다(stronger and tougher)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한다”면서도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나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결국 틸러슨 장관처럼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의견도 듣고 있지만 자신은 군사옵션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강경한 입장이며 그 결정은 자신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1일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타스통신 대표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제와 실질적 힘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 목표를 향한 길에서 거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다”며 “미제의 대조선(대북) 압박 정책이 근원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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