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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시대, 누군가의 심장에 다가가는게 詩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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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시대, 누군가의 심장에 다가가는게 詩의 역할”

손효림기자 입력 2017-10-13 03:00수정 2017-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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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시집 낸 이병률 시인
고독과 슬픔의 농도 더 짙어져… “교정 보면서 여러번 울컥”
수많은 나라를 누비는 이병률 시인은 “아픔은 멀리 떠나야 치유된다고 여겼고, 그게 습관으로 굳어졌다. 구구절절 엄살을 떨며 훌훌 털어낸다”며 웃었다. ⓒ강희갑
“사람에 대한 아픔을 느낀 사건을 겪었어요. 이뤄지지 못한 데서 오는 고통과 허전함이 컸다고 할까요….”

다섯 번째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사진)를 출간한 이병률 시인(50)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 중국 시안(西安)에 머물고 있다.

감성적인 시어로 사랑받고 있는 그는 4년 만에 출간한 새 시집에서 슬픔과 고독을 켜켜이 토해냈다. ‘산 하나를 다 파내거나/산 하나를 쓰다 버리는 것/사랑이라 한다’(‘사랑의 출처’)고 하고,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지구의 뼈가 발리고 마는 것’(‘지구 서랍’)이라고 썼다. 이전 시집에서도 외로움과 아픔을 담았지만 이번에는 농도가 더 짙어졌다.

“예전과 달리 교정지를 보면서 여러 번 울컥했어요. 사람의 의미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 일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일’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110여 개국을 여행한 그는 낯선 이들에게서 온기를 채운다고 했다. 시의 뼈대가 되는 문장 한두 줄을 선물처럼 선사하는 것도 여행이다. 이번 시집에도 이국의 풍경 속에 놓여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나는 이제 사라지기 위해 아이슬란드 폭포에 와 있습니다/…/눈보라가 칩니다/바다는 잘 있습니다/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이별의 원심력’)

“먼 곳으로 떠나면 텅 빈 마음에 어떤 무늬가 생기는 것 같아요. 작은 입자가 문장이 돼 들어온다고 할까요. 그 순간과 마주하기 위해 기다리는 거죠.”

여행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끌림’,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그를 여행 작가로 아는 독자도 있단다.


“제가 시인인 걸 모르는 독자들을 만나면 삶에서 시가 있을 자리도 안배해야 한다고 얘기해요. 산문을 쓰는 힘도 시를 통해 키운 거니까요.”

충북 제천시의 산골 마을이 고향인 그는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자랐다.

“중학생 때 고향에 전기가 들어왔어요. 학교는 서울에서 다녔지만 고등학생 때까지 방학마다 고향에 내려가 살았어요. 꽃과 나무 옆에 앉아 있으면 시가 옮겨올 거라고 여긴 건 이런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중국에 머문 경험을 담아 다음 시집을 낼 예정이다. 중국은 어린 시절의 색감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많아 갈 때마다 푹 젖어든다고 했다.

“예전에 느낀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누군가의 심장에 다가가는 게 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척박한 시대를 적셔주는 시를 다같이 마음껏 쓸 수 있는 판을 짤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병률 시집#바다는 잘 있습니다#척박한 시대를 적셔주는 시#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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