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사 부족 뒤엔 ‘곰팡이 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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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양극화 지방학교가 위태롭다]

“이런 관사서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엔…” 19일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여남초등학교 관사에서 교사 박은선 
씨가 자신의 방 안에 핀 곰팡이를 보여주고 있다. 30년이 넘은 관사 내부에는 매년 곰팡이가 올라와 교사들이 직접 도배를 하며 
생활한다(위쪽 사진). 교사에 비해 관사가 늘 부족해 여남초교는 과거 관리인 숙직실이었던 곳을 관사로 개조해 쓰고 있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런 관사서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엔…” 19일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여남초등학교 관사에서 교사 박은선 씨가 자신의 방 안에 핀 곰팡이를 보여주고 있다. 30년이 넘은 관사 내부에는 매년 곰팡이가 올라와 교사들이 직접 도배를 하며 생활한다(위쪽 사진). 교사에 비해 관사가 늘 부족해 여남초교는 과거 관리인 숙직실이었던 곳을 관사로 개조해 쓰고 있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9일 찾은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여남초등학교. 우리나라 남쪽 땅끝 여수에서도 배를 타고 1시간을 가야 하는 금오도의 유일한 학교다. 이 학교 교사 9명은 육지와 떨어져 관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를 나서 으슥한 풀숲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었더니 관사가 나타났다. 네모난 단층 시멘트 건물인 관사는 흡사 방치된 창고 같았다. 창문마다 보안을 위한 쇠창살이 설치돼 더욱 삭막해 보였다.

내부는 더욱 열악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각각 1평(약 3.3m²) 정도 크기의 방과 부엌, 화장실이 보였다. 방 곳곳에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고 지하실에서 날 법한 습한 냄새가 올라왔다. 여남초교 병설유치원 교사 박은선 씨는 “3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이라 자주 지네가 나온다”며 “자다가 지네가 손을 물어 잠을 깬 적도 있다”고 했다.

16년 차 교사 양선화 씨는 “지난해 발령을 받고 처음 관사를 본 뒤 충격이 컸다”며 “관사 문을 여니 방 안이 온통 새까만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학교 운영비를 교사 관사 정비에 쓸 수 없다고 해서 교사들이 벽지를 사다가 직접 도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사 문제만 해결돼도 벽지학교 기피 현상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5일 일제히 공립 유치원·초등교사 임용시험 접수를 시작했다. 교사가 남아돌아 ‘임용 절벽’을 겪는 서울과 달리 강원 경북 전남 충북 충남은 응시 인원이 선발 인원에 못 미치는 임용 미달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18∼20일 전남과 강원 지역 학교를 찾아 교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를 직접 들어봤다. 교사들은 “개인의 사명감으로 버티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금오도 여남초교처럼 열악한 정주 여건이 첫 번째 이유다.

또 도서 벽지 학교는 여러 학년이 한 학급으로 묶여 있는 데다 장애·다문화 학생까지 한데 섞여 있어 신규 교사들에게는 ‘고난도’ 학교로 통한다. 강원 충북 충남처럼 수도권과 ‘1일 생활권’인 지역들은 수도권 학생들이 지방 교대로 진학한 뒤 다시 수도권으로 임용시험을 치르는 ‘회귀 현상’으로 교사 이탈이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지방에는 담임교사가 없는 교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도서벽지 학교일수록 교사 수급 양극화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도서 벽지 학교는 996곳, 학생은 4만2309명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학교 선생님이 절실하다. 지방의 교사 부족 현상을 방치하면 이들은 기본적인 교육권조차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수·구례=임우선 imsun@donga.com / 우경임 기자
#지방교사#지방학교#임용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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