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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 대통령, 트럼프 능가하는 현실주의로 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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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 대통령, 트럼프 능가하는 현실주의로 무장하라

동아일보입력 2017-09-21 00:00수정 2017-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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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유엔 총회 연설이 세계 외교가를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전 세계의 엄청난 인명을 죽게 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을 무모하게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과 미국의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와 한국 등 동맹국을 공격할 경우 군사적 옵션을 택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 위험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나라들이 그런 정권과 무역을 한다면 불법행위”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에 러시아와 중국이 박수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켓맨’ 김정은 정권의 ‘자살 행위’를 경고하며 “북한은 비핵화만이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미래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한국에는 국제무대에서 동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짐하는 든든한 공언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미국 우선주의’에서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에 좌우되지 않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로 평가된다. 그가 북한 멸망까지 시사했지만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극적으로 북한과 타협하거나, 중국과 한반도 구도 변경을 협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고 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연설 뒤 “북한 문제가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도 ‘계산된 엇박자’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 이란을 비난할 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는 등 국익 극대화를 꾀한 것이 바로 현실주의 외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국익을 위해서라면 트럼프를 능가하는 냉철한 현실주의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193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유엔에서 문 대통령은 국가의 파워에 따라 움직이는 냉엄한 국제질서를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옵션을 비핵화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는 이상, 우리의 대미 외교는 미국이 느끼는 위협을 한국에 대한 위협으로 공감하며 신뢰를 굳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동맹국 대통령이 전쟁 불사를 외치는 판에 당사국인 한국이 대화와 평화에만 매달리는 인상을 준다면 국익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

21일 유엔 총회 연설을 하는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기 바란다. 냉전시대 소련이 군사적 충돌 없이 자멸한 이유는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죽음의 공포를 느낄 만큼 한국의 대통령은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도 대북정책에 한목소리를 내 굳건한 한미일 공조 체제를 확인하기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유엔 총회 연설#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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