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위협 계속땐 北 멸망시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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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데뷔 연설서 “北은 불량정권이자 惡”
“의로운 사람들이 맞서 싸워야” 초강경 규탄
文대통령은 유엔총장에 북핵 해결 중재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이자 ‘악(惡·wicked few)’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해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내놓은 가장 강도 높은 비난의 메시지로 6차 핵실험에 이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실험 등 전략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0여 분에 걸친 연설에서 “의로운 사람들이 악한 자들에게 맞서지 않으면 악이 승리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공조에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이제는 북한이 비핵화하는 것만이 용납될 수 있는 미래임을 깨달을 때”라며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후원국들이 이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철저히 방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또다시 ‘로켓맨’으로 칭하고 “로켓맨은 그 자신과 정권에 대한 자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도 수차례 언급하며 인권 문제도 압박의 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모두 북한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사망한 오토 웜비어와 국제공항에서 신경무기에 살해당한 독재자의 형(김정남), 그리고 일본에서 13세의 나이로 납북된 일본 소녀(요코타 메구미)를 목격했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에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이어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른 이사국과 함께 찬성표를 던져준 중국과 러시아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을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와의 공동 대응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직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유엔에서 큰 행사가 있다.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굉장한 스피치가 있다”고 예고한 뒤 “좋은 일도 있고 몇몇 어려운 일도 있지만 우린 굉장한 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총회 연설 첫 주자로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냉전 종식 이후로 핵무기에 대한 공포는 가장 높아졌다”며 “북한의 핵실험을 분명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미 정상 간의 수위 높은 말싸움을 염두에 둔 듯 “불같은 대화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 구테흐스 총장은 “(북핵 위기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구테흐스 총장을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중재 노력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 방문의 첫 일정으로 구테흐스 총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평화적 방식으로 근원적, 포괄적으로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유엔 사무총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한기재 record@donga.com / 뉴욕=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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