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탄핵 6개월만에 ‘박근혜 지우기’… 보수통합 길닦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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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朴 자진탈당’ 권유
홍준표 “10월 1심 선고 이후 결정”… 친박핵심 서청원-최경환 ‘핀셋 청산’
윤상현 등은 제외… 전선 최소화
친박 “혁신위 통해 차도살인” 반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탄핵 6개월여 만인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자진 탈당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2년 이후 당의 최대 주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절연(絶緣)을 공식화한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지우기’를 통해 탄핵으로 갈라졌던 보수 세력 통합의 주도권을 잡고, 내년 지방선거 대비에 돌입하겠다는 복안이다.

홍 대표는 혁신위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집행 여부는 당의 중지를 모아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을 전후로) 10월 중순 이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실무적인 절차만 남았을 뿐 박 전 대통령 출당의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는 관측이 많다.

인적쇄신안에는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핀셋 청산’ 방침도 포함됐다.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 실패에 책임이 가장 무겁다”며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20대 총선 때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 등을 자처한 윤상현 의원을 포함한 친박 의원들에 대해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일단 면죄부를 줬다.

당초 혁신위에서는 다른 친박 핵심들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칫 전선을 넓혔다가 친박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면 ‘박근혜 지우기’라는 목표와 되레 멀어질 수 있다”며 전선을 최소화했다. 서, 최 의원이 자진 탈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제명까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역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당 의원 107명 중 70% 이상이 범(汎)친박으로 분류된다.

일단 친박계는 발끈했다. 이날 최고위·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선 친박 의원들이 홍 대표에게 고성을 지르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친박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왜 혁신위를 통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을 하느냐”고 따졌고, 홍 대표는 “혁신위의 독립성을 애초 보장해 주기로 했잖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다만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가 집단 저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 의원은 “지금 인적쇄신안을 반대하면 ‘반(反)혁신’으로 몰릴 텐데 누가 서, 최 의원의 방패막이가 되려고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 핵심의 출당 조치가 보수 통합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조치를 ‘보수우파 정치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인적쇄신안’이라고 명명했다. 또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복당을 원하면 대승적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수대통합을 주장하는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복당의 명분을 주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날 한국당의 조치에 대한 바른정당 창당의 두 주역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의 반응은 온도 차를 보였다. 보수우파의 대결집을 강조해 온 김 의원은 “(인적쇄신안이 통합의) 대의명분에 맞는 수준인가는 (의원들) 각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반면 유 의원은 “(한국당은)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팔아서 선거하고, 끝나고 나니 출당을 결의했는데 그 사람들 이상하다”며 “쇼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자유한국당#박근혜 전 대통령#자진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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