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우열]국회 표결 결과를 ‘대선불복’이라는 與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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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 동의안 부결 이후]

최우열·정치부
최우열·정치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다음 날인 12일 정치권은 난데없는 ‘대선 불복’ 논란에 휩싸였다. 인준에 총력을 기울이다 낙담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을 향해 파상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공세는 원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추미애 대표는 11일 저녁 트위터에 “탄핵 불복이고 정권교체 불인정이다”라고 올렸고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탄핵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고 정권교체에 대한 불복의 의도”라고 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같은 내용의 릴레이 논평을 냈다. 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당 회의에서 “정부 인사에 반대한 국민을 정치 보복, 불복 세력으로 간주했다”고 반박했다.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석 달 반을 끌어온 임명동의안 부결이 뼈아플 수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 당시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국민 열망에 따른 적임자”라고 직접 발표까지 한 터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민주당이 5·9대선 이후 스스로를 대선 불복의 피해자로 자처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고비를 맞았을 때도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대선 불복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자유한국당 장외 집회에 대해선 “대선 불복 선포식을 열었다”고 했다.

여당은 정국이 꼬이면 국민 지지를 많이 받던 대선 승리의 순간이 그리워지게 된다. 박근혜 정부 초반에도 ‘댓글 정국’이 계속되자 새누리당이 현 여당을 향해 “대선 승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대선의 추억’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소장의 국회 임명동의는 헌법적 행위다. 헌법 111조에는 ‘헌재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헌재소장의 국회 인준 부결을 정치적 모략으로 몰아가는 것은 국회의 격만 떨어뜨리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도 이 헌법 조항에 의해 제한이 되는데, 이는 민주주의 권력분립 원칙과 관련이 있을 뿐 대선과는 전혀 무관하다. 헌법 절차에 따른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을 탄핵 보복이나 정권교체 불복으로 연결하는 것은 근거 없는 ‘낙인찍기’와 다름없다.

최우열·정치부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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