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압력 물리치고 자존심 되찾은 케임브리지大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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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
中요구로 사이트서 삭제했던 논문 3일만에 다시 올리기로 결정

중국 당국의 요구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논문을 삭제했던 영국 유명 학술잡지가 중국 사이트에 논문을 다시 게재하기로 했다. ‘중국 시장’이라는 압력을 이겨내고 ‘학문의 자유’를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BBC 중문방송 등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 출판부(CUP)가 발행하는 세계적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The China Quarterly)’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요구로 사이트에서 삭제한 논문 300여 편을 사흘 만인 21일 다시 게재하기로 했다. 삭제된 글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티베트, 위구르, 문화대혁명, 대만, 홍콩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담은 것들이다.


팀 프링글 편집인은 “담당자들과 회의를 거쳐 해당 논문을 다시 게재키로 했다”며 “앞으로 논문 심사에서는 주제와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겠다”며 학문의 자유를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논문들을 삭제하면서 “다른 학문 및 교육 자료가 중국에서 계속 접근이 가능하도록 삭제 요청에 응했다”며 중국 사이트 전체가 폐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음을 내비쳤다.

앞서 논문들이 삭제되자 1960년부터 발행된 차이나 쿼터리는 물론 1534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인 CUP, 나아가 800년 역사의 케임브리지대에 ‘학문의 자유가 중국 시장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베이징대에 재직하는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 등이 청원운동을 벌여 중국 내외에서 300여 명이 서명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자 CUP 측은 방향을 바꿨다.

CUP 측은 중국 측이 제시한 ‘블랙리스트’에 따라 논문을 폐쇄했는데 선정 기준이 매우 불합리하고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대표적 소설가로 문화부장(장관)까지 지낸 왕멍(王蒙)을 다룬 논문이 삭제된 반면, 최근 사망한 반체제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저서 ‘아무런 적도, 아무런 증오도 없다’를 다룬 논문은 삭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케임브리지#차이나 쿼터리#중국#삭제#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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