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확대땐 수당 50% 늘어 인건비 부담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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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하는 한국 자동차산업]자동차산업 기업-학계 간담회
“매출대비 R&D투자 獨의 절반… 이대론 회복 모멘텀 찾기 쉽지않아”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근 회장, 기아자동차 박한우 사장, 르노삼성 황은영 본부장,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영섭 이사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근 회장, 기아자동차 박한우 사장, 르노삼성 황은영 본부장,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영섭 이사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7%로, 일본(3.8%) 독일(6.3%)에 비해 크게 낮다. 글로벌 100대 부품업체 중 한국 업체는 6개사에 불과하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현대자동차 정진행 사장과 기아자동차 박한우 사장은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위기 상황’이란 제목의 보고서가 발표되는 동안 굳은 표정을 좀처럼 펴지 못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호소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체 대표와 학계·협회 관계자들은 “내수·수출·생산량, 공장 가동률, R&D 투자액 등 최근의 모든 데이터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가리키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근 회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따라가야 할 때인데 오히려 중국, 멕시코, 인도 등 후발주자에 바짝 쫓기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회복의 모멘텀(전환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글로벌 자동차 수출 순위는 5위로 2015년 3위에서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멕시코와 미국에 밀린 결과다. 2005∼2015년 글로벌 5위를 유지하던 자동차 생산 실적도 지난해에는 인도에 추월당해 6위로 떨어졌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세계 8대 자동차 생산국 중 2년 연속 자동차 생산량이 떨어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아차가 질 경우 닥칠 산업적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컸다. 기아차 박 사장은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될 경우 수당이 50%가량 늘어나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 노조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자동차 노동시장에 큰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통상임금 소송을 앞두고 재판부에 “신의성실원칙(신의칙)을 적용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날 박 사장은 “피고 측 대표로서 재판부에 최소한의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일주일 동안 수정을 거듭한 뒤 낸 탄원서다. 기아차 노조가 21일 수거를 요구했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연세대 경영학과 이지만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 김수욱 회장 등은 인건비는 높은데 생산성은 낮은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를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임금 비중은 매출액 대비 12.2%로, 일본(7.8%) 독일(9.5%)에 비해 높다. 한편 이날 기아차 노조는 부분파업을 단행해 올해로 6년 연속 파업을 감행했다. 현대차 노조는 10일 첫 부분파업에 돌입한 뒤 다섯 차례 부분파업을 했고, 이날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임금 인상 시위를 벌였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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