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2.4km 로켓화살…이순신 첨단병기 425년만에 고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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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안골포 해전 당시 사용
길이 2m 원통형…화살촉은 사라져… 표면에 ‘加里浦上金等造’ 글자

공격 받았던 왜군이 수습해 가져가
진주박물관, 일본측에 대여 요청… ‘정유재란 1597’ 특별전서 첫 공개

21일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된 대장군전(①)은 날개를 달고 있어 마치 로켓을 연상시킨다. 임진왜란 때 천자총통(②)에 장전해 
발사한 무기였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노량해전을 묘사한 ‘정왜기공도’(③). 진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국립진주박물관 제공
21일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된 대장군전()은 날개를 달고 있어 마치 로켓을 연상시킨다. 임진왜란 때 천자총통()에 장전해 발사한 무기였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노량해전을 묘사한 ‘정왜기공도’(). 진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국립진주박물관 제공
1592년 7월 10일 경상도 웅천현 안골포(安骨浦·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앞바다. 구키 요시타카가 이끄는 40여 척의 왜선이 정박한 가운데 이순신의 함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특유의 학익진(鶴翼陣) 전법을 펼친 채 급습한 조선 수군에 왜군은 적잖이 당황했다. 수심이 얕아 대형 선박을 진입시키기 어려웠던 조선 수군이 몇 차례 유인을 시도했지만, 이틀 전 한산대첩에서 패한 왜군은 쉽사리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에 빠질 무렵 이순신은 ‘첨단병기’의 사용을 명령했다. 사정거리가 2.4km에 이르는 ‘대형 로켓화살(대장군전·大將軍箭)’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길이 2m, 무게 15kg의 대장군전이 날아와 배에 구멍을 내자 왜군도 더 이상 포구에만 머물 수 없게 됐다. 예상대로 왜선들이 반격해 오자, 이순신은 히든카드로 감춰 놓은 이억기 함대를 불러냈다. 하루 종일 진행된 이날 전투에서 왜군은 250여 명의 전사자를 낸 채 야음을 틈타 도주했다.


21일 국립진주박물관 ‘정유재란 1597’ 특별전에서 본 대장군전은 안골포 해전의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182cm 길이의 원통형 나무 몸체는 화살촉이 사라진 자리 주변으로 X자로 갈라진 균열을 남겼다. 왜선에 꽂힌 순간의 강한 충격이 만든 흔적이리라….

대장군전에는 쇠로 만든 3개의 날개가 돌아가며 붙어 있어 마치 로켓 혹은 어뢰를 연상시켰다. 425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몸체와 날개를 잇는 쇠고리와 못까지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어 놀라웠다. 특히 표면에 새겨진 ‘가리포상김등조(加里浦上金等造)’ 글자가 눈길을 끈다. “김씨 등 여러 명의 장인이 가리포에서 만들어 진상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물관에 따르면 가리포는 현재의 전남 완도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 병영과 무기제조창이 있었다.

천자총통(天字銃筒) 화포에 화약과 함께 장전해 발사한 대장군전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적선을 공격한 핵심 무기였다. 그런데 천자총통과 달리 대장군전은 현재 국내에 전하는 유물이 하나도 없다. 이번에 전시된 대장군전은 왜군 장수 구키 요시타카가 안골포 해전 당시 수습한 것으로 그의 후손들이 400년 넘게 보관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 쪽 임진왜란 기록인 고려선전기(高麗船戰記)에 “조선 수군이 발사한 단단한 나무 봉이 고성(古城)의 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 연구자인 김일환 순천향대 연구교수는 “이번 전시품은 안골포 해전에서 이억기가 이끈 전라우수영의 수군이 발사한 대장군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장군전은 1966년 10월 일본 가라쓰성 천수각 박물관 개관 때 잠시 공개된 뒤 수장고로 들어가 오랫동안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러다 올 2월 이효종 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일본 출장을 갔을 때 우연히 대장군전의 존재를 알게 됐다. 가라쓰시는 한일 우호 차원에서 박물관의 대여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정유재란 발발 420주년을 기념한 이번 특별전에서는 ‘징비록’(국보 제132호)을 비롯한 150여 점의 관련 문화재도 함께 선보인다. 이 중 1598년 정유재란 때 흥양(현 전남 고흥군)현감이던 최희량이 이순신에게 보낸 전황 보고서(임란첩보서목·壬亂捷報書目)도 눈여겨볼 만하다. 실록에 나오지 않는 세세한 전황이 나오는 데다 이순신의 친필 사인도 살펴볼 수 있다. 10월 22일까지. 055-742-5952

진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순신#로켓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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