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락가락 판정에 두 번 운 농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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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 발표때 ‘살충제 농가’ 포함… 이튿날 “기준치 미만” 적합 판정
이미 이름 공개… 유통도 계속 금지

정부의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서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던 농가가 ‘기준치 미만이 검출됐다’며 뒤늦게 적합 판정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농가는 난각(계란 껍데기)코드와 농장 이름이 이미 공개돼 억울한 피해를 당할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전수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돼 재검사가 이뤄진 적은 있었지만 정부의 검출 판정 결과가 뒤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정부는 적합 판정서를 발급한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 여주시의 A산란계 농장은 18일 전수조사 최종결과 발표 때 비펜트린이 검출된 곳으로 지목됐다. 당시 농식품부는 “친환경 농가인 이곳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의 4배 이상 검출됐다”면서 난각코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전수조사를 주도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다음 날인 19일 A농장에 기준치 미만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의미에서 ‘적합 판정서’를 발급해줬다. 비펜트린 초과 검출 농가라며 농가이름과 난각코드를 공개한 뒤 이튿날 결과를 번복한 것이다.

이번 일은 조사를 2개 기관이 진행하면서 벌어졌다. A농장의 계란은 농관원(1차)과 농림축산검역본부(2차)가 각각 조사했다. 정부는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두 기관에 조사를 맡기되,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면 검역본부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검역본부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농관원의 1차 조사 결과를 그대로 외부에 공개해 문제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검역본부에서 적합 결과가 나왔지만, 최대한 안전한 계란을 유통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부적합 결정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가에는 적합 판정서를 발급해 주면서 정작 유통은 금지시킨 셈이어서 모순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살충제 계란#농가#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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