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살충제 계란 매일 2.6개 괜찮아”… 전문가 “섣부른 결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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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안전성 평가… 궁금증 Q&A

성인부터 갓난아이까지 살충제 계란을 극단적으로 많이 섭취하더라도 건강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가 나온 계란을 먹었을 때 인체에 위해한 정도를 분석한 결과 1, 2세 아이는 한꺼번에 살충제 계란 7개, 3∼6세 아이는 11개, 성인은 39개까지 먹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평생 매일 먹더라도 2.6개 미만이라면 별문제가 없었다. 최성락 식약처 차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국민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조사가 부실했던 산란계 농장 420곳의 재검사 결과 3곳에서 살충제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나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가 나온 농장은 총 52곳으로 늘었다. 살충제 계란 34만여 개는 이미 빵, 훈제계란으로 제조돼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장형 사육, 밀집감금 사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와 국가식품관리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류영진 식약처장이 빨리 업무를 장악하고 완벽한 설명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사회 통념상 일정 시점까지 그것이 안 된다면 저도 (그의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살충제가 들어간 계란은 학교 급식에 쓰지 않는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살충제 계란의 안전성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정리했다.

Q. 살충제 계란 정말 안전한가.

A.
이번 평가는 계란 섭취량이 매우 많은(상위 2.5%) 사람을 기준으로 했다. 연령별로 1, 2세 아이는 하루 2.1개, 성인은 하루 3개를 먹는다. 이들이 피프로닐 비펜트린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 피리다벤 등 5가지 살충제별로 농도가 가장 높은 계란을 한꺼번에 먹는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1, 2세 아이는 한 번에 7.5개(비펜트린 기준), 성인은 39.5개까지 먹어도 별문제가 없었다.

Q. 오랫동안 먹으면 위험할 수 있지 않나.

A. ‘일일 허용 섭취량’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일일 허용 섭취량은 최소 70년간 매일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는 양을 의미한다. 피프로닐의 일일 허용 섭취량은 살충제 계란을 평생 2.6개씩 먹어야 하는 양이다. 비펜트린은 36.8개, 피리다벤은 555개, 플루페녹수론은 1321개, 에톡사졸은 4000개다. 피프로닐 비펜트린 피리다벤 등 3가지는 동물 실험 결과에서 임신부와 태아에게 특별히 더 위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Q. 이번 조사는 믿을 만한가.

A.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가 추정치를 갖고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살충제에 장기간 노출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 특히 이번 위해 평가는 어디까지나 살충제 최대 검출량과 극단섭취량, 독성참고량 등으로 계산해낸 결과다. 단국대병원 노상철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는 체내에서 다른 물질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데도 국민에게 안전하다고 하는 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Q. 이번 조사에서 빠진 DDT 등 나머지 살충제는 문제없나.

A. 식약처는 DDT 등 나머지 3가지 살충제의 위해 평가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평가 전이지만 식약처는 계란의 DDT 검출량이 많지 않아 인체에 위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DDT가 인체에 오랫동안 남아 암이나 내분비계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섣불리 결론 내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Q. 살충제 계란 34만여 개가 이미 소진됐다는데….

A. 살충제 계란 34만여 개는 빵, 훈제계란으로 가공돼 뷔페, 마트를 통해 이미 판매됐다. 식약처가 해당 가공업체에서 수거한 계란은 약 5만 개. 나머지는 아직 수거되지 않아 이미 소비자가 섭취했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살충제 농가 49곳에서 생산한 계란 4200만여 개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오염된 계란은 모두 폐기하고 있다. 하지만 21일 정부 발표대로라면 가공식품에 살충제 계란이 사용됐다 해도 섭취한 사람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청주=김호경 kimhk@donga.com / 홍수영 기자
#살충제 계란#안전성#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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