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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난동 오죽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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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난동 오죽했으면…

신규진기자 입력 2017-08-22 03:00수정 2017-08-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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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 제압하다 부상 입힌 경관, 합의금 등 5300만원 대출 받자
경찰들, 이틀새 1억4000만원 성금
공무집행방해 취객 올들어 5281명
30대 경찰관이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다 부상을 입혔다. 이 경찰관은 징계를 받았을 뿐 아니라 거액의 합의금을 내느라 빚더미에 올랐고 민사소송까지 당했다. 이 사실이 경찰 내부망을 통해 알려지자 동료 경찰관 5000여 명이 십시일반 돈을 보탰다. 단 이틀 만에 1억 원이 넘게 모였다.

21일 서울 은평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연신내지구대 박모 순경(34)은 은평구의 한 주점에서 행패를 부리던 A 씨(33)를 지구대로 연행했다. 만취 상태였던 A 씨는 지구대 조사실에서 폭언을 하며 박 순경을 향해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박 순경은 왼손으로 A 씨의 목을 밀어 넘어뜨렸다. 뒷머리를 바닥에 부딪친 A 씨는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다.


순간의 실수로 박 순경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7일 서울서부지법은 박 순경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죄가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미뤄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갑작스러운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었고 합의금을 지급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가까스로 감옥행은 면했다. 하지만 박 순경을 기다리는 건 감봉 1개월 징계처분에 수천만 원의 빚더미였다. 합의금과 치료비 5300만 원을 주기 위해 대출을 받아서다. 그나마 지구대장과 동료들이 1400만 원을 보태 갚아야 할 돈은 4000만 원 남짓. 박 순경은 이를 갚기 위해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이달부터 월급날이면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순경 월급으로는 갈 길이 멀었다. 게다가 A 씨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보다 못한 이지은 지구대장은 경찰 내부망에 박 순경의 사연을 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댓글이 1000여 개 달렸다. 박 순경을 격려하는 e메일도 70여 통이나 왔다. 16일 오후 7시부터 18일 오후 3시까지 무려 1억4000만 원이 모였다. 전국 경찰관 5700여 명이 보낸 돈이다. 이 대장은 “취객들에게 시달려온 일선 경찰관들의 억눌렸던 울분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순경은 대출금과 위자료 등을 갚고 남은 성금을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찰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경찰관이 취객 난동에 시달리고 폭행까지 당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2016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취객은 매년 1만 명을 넘는다. 올 들어서도 7월까지 5281명에 이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경찰관#난동#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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