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종교인 과세하되 세무조사 금지”, 기재부 “성역 규정 곤란… 내년부터 과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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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1일 “종교인 과세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금년 내 마무리될 수 있다면 내년부터 시행해도 무방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및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중형 이상의 대형 교회 목사, 가톨릭 신부는 자진해서 세금을 내왔다”며 “고소득 종교인이 세금을 안 내려고 정치인과 결탁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쏟아져 그분들이 굉장히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세무공무원이 개별 교회나 사찰 등에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 훈령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탈세 제보가 있으면 이를 교단에 이첩해 국세청과 사전 합의한 과세 기준에 따라 추가 자진 신고를 하도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무조사가 자칫 이단세력이 종단의 분열을 책동하고 신뢰도를 흠집 내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만큼 종교인과 단체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김 의원은 또 저소득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에게 인정하는 근로장려세제를 종교인에게 적용하고 1인 사찰의 소득 및 과세 사정 기준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김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이 “자진해서 세금을 내는 교회가 몇 곳인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제가 아는 큰 교회의 가톨릭 신부들은 10년 전부터 세금 다 내고 있다”며 “준비 부족을 걱정한 것일 뿐 준비만 되면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을 이날 밝혔지만 제도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세무조사 금지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여전히 ‘과세 유예’에 의중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종교인에게 과세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세정당국은 종교인과 소통하며 과세를 위한 준비를 해 왔다”며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김 의원 등이 요구한 △1인 사찰 과세기준 마련 △종교인 근로 장려 세제 인정 등의 전제조건은 이미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 등 종교시설의 세무조사 금지 내용을 법에 명문화하자는 요구에 대해선 난색을 표시했다. 기재부 측은 “종교시설에 대한 세무조사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하자는 것은 우리 사회에 일종의 성역을 만들자는 주장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박재명 기자
#김진표#종교인 과세#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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