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사 부족 외상센터 지속가능하지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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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일자에 실린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외상센터의 실태가 충격적이다. 고층건물에서 추락하고 차에 받히고 흉기에 찔린 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들고 의료장치를 주렁주렁 매단 중증환자들이 중환자실 40병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의료진은 태부족이다. 이것이 3800개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겠다는 건강보험 개혁안, 이른바 ‘문재인케어’를 내놓은 우리나라 외상진료의 현주소라니 참담하다.

이국종 센터장은 2011년 아덴만 작전에서 총격을 입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또 다른 영웅이다. 그의 헌신과 희생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 환자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영웅담 뒤의 의사 이국종은 격무와 스트레스로 한쪽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외상센터 의사 가운데는 1년에 네 번밖에 집에 못 간 사례까지 있다. 간호사 사직률은 연간 35%에 이른다. 한마디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구조다.

사람은 체중의 2%가량만 피를 흘려도 생명이 위험하다. 사고 후 1시간 이내가 이른바 ‘골든아워’다. 그 시간을 놓치면 환자를 살리기 힘들기 때문에 외과의들은 극도의 긴장감과 의료사고의 위험성 속에서 살게 된다. 젊은 의사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고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돈 되는 분야에만 몰린다. 기존 외과의들도 중증진료를 외면한 채 수술이 쉽고 수익성이 좋은 개업의로 방향을 틀고 있어 의사난을 부추긴다. 보장성 확대도 좋지만 의료 현장 곳곳에 뚫린 이런 구멍을 메우는 것이 바로 의료개혁이다.

한국의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35.2%로 미국 독일 일본의 15∼20%의 배에 이른다. 석 선장 치료를 계기로 이국종 의사는 외상환자 진료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국종법) 개정을 이끌었고 그 결과 외상센터가 건립됐다. 외상센터에 대한 예산 지원으로 만성적자는 해결됐지만 의료진 부족은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수술 분야의 의료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의료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외상센터에 실려 오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힘들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서민이다. “외상센터야말로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는 이국종 의사에게 우리 사회는 답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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