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동맹국에만 의존 못해”… 북핵 운전자론 거듭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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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평화 20번 언급하며 “시대적 소명”
“핵동결이 시작” 베를린구상 확인… 외신들 “군사옵션에 거부권 선언”
대한민국 건국엔 진보의 1919년, 정부수립엔 보수의 1948년 언급
“촛불,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 평가… 정권따라 바뀌는 日역사관 비판도

김대중 前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 19년만에… 김구 묘역 빗속 참배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이곳을 참배한 것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독립지사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헌화와 참배를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대중 前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 19년만에… 김구 묘역 빗속 참배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이곳을 참배한 것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독립지사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헌화와 참배를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직후부터 8·15 광복절 경축사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밝힌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기념식 메시지이자 취임 첫 광복절 연설이란 무게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포괄적 타결을 핵심으로 하는 ‘베를린 구상’ 이후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것도 청와대가 이번 경축사에 각별한 신경을 쓴 배경이다.


① 평화 20번 언급

전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도 ‘평화’를 20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할 것 없이 평화”라며 “동북아에 평화가 없으면 세계의 평화가 깨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핵 문제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추가 도발은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기도 하다. 외신들도 이 대목을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동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관영 환추왕(環球網)은 ‘미국에 외쳤다’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보도했다.

② ‘핵 동결’부터 시작하자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해법에 대해 “핵 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를린 구상의 연장선상이다. 한미 정상은 6월 정상회담을 통해 ‘선(先)동결 후(後)폐기’라는 2단계 북핵 접근법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 야권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동결을 전제로 한 것은 섣부른 해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이다.

③ ‘1919년’과 ‘1948년’ 모두 언급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의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며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보수 진영의 뿌리까지도 안겠다는 뜻이다.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1919년’과 보수 진영의 ‘1948년’을 모두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한 뒤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촛불 민심을 이런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봤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높이 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이라고 평가했다.

④ 한일 과거사와 미래 협력 구분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와 앞으로의 협력 관계를 구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 일본은 역내 안보와 경제협력을 제도화하면서 공동의 책임을 나누는 노력을 함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거사와 관련해 “역사 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한일 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⑤ 임시정부기념관 설립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 등을 약속했다.

이날 경축사에 대해 야권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8·15 기념식이 마치 촛불 기념식 같았다”며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라 힘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주장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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