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와 시케루 감독 “으랏차차 평창… 간바레 한국스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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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컨트리 대표팀 이끄는 일본인 오카와 시케루 감독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팀의 막바지 국내 체력 훈련이 펼쳐진 지난주 강원 평창군 발왕산에서 이채원(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폴(막대)을 땅에 짚어가며 힘차게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6월 지휘봉을 잡은 뒤 이날 훈련을 진두지휘한 오카와 시케루 감독(작은 사진)은 “근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창=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팀의 막바지 국내 체력 훈련이 펼쳐진 지난주 강원 평창군 발왕산에서 이채원(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폴(막대)을 땅에 짚어가며 힘차게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6월 지휘봉을 잡은 뒤 이날 훈련을 진두지휘한 오카와 시케루 감독(작은 사진)은 “근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창=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해발 1450m의 산 정상은 구름이 눈처럼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강철 체력을 요구해 ‘설원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한국 국가대표 선수 9명은 양손에 폴을 잡고 땅을 짚으며 올라갔다. 4km가 넘는 산악 코스를 50분 만에 걸어 올랐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보통 1시간 20여 분이 걸리는 코스다. 일부 남자 대표 선수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데도 웃옷을 벗고 열기를 식혔다. 잠시 후 하산 길로 들어선 선수들의 얼굴엔 아직 땀이 흥건했다. 누구도 힘든 내색을 하진 않았다.

선수들보다 10여 걸음 뒤처져 정상에 올라온 오카와 시케루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감독(61·일본)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희끗희끗한 머리를 숙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정상에 홀로 서서 멀어져 가는 선수들을 지켜보던 오카와 감독은 갑자기 “으라차”라고 소리쳤다. 선수들에게 기합을 불어넣는 소리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격려한다”는 오카와 감독의 훈련 철학을 엿볼 수 있는 한 장면이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팀의 막바지 국내 체력 훈련이 진행된 21일 강원 평창군 발왕산 인근. 팔 힘과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한 스트라이딩 훈련 현장에서 오카와 감독은 특유의 ‘격려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었다.

오카와 감독은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6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일본 국가대표 감독을 포함해 20여 년 동안 크로스컨트리 지도자 생활을 해온 베테랑 감독이다. 대한스키협회가 아시아 크로스컨트리 강국인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올림픽 족집게 감독으로 섭외했다.

오카와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간바레(힘내라) 감독’으로 통한다. 한국말을 못하는 오카와 감독은 스마트폰 번역기 앱을 통해 선수들과 소통하면서도 늘 “간바레”를 입에 달고 다닌다. 한국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간판 이채원(36)은 “훈련할 때 항상 즐기라고 말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조용진(21)은 “온갖 몸짓을 총동원해 선수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친절하게 테크닉을 설명해줘 선수들이 잘 따른다”고 말했다.

오카와 감독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선수들 사이의 건강한 경쟁심이다. 오랜 합숙 훈련으로 선수들 사이에 끈끈한 동료애가 쌓이다 보면 자칫 승부 자체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고된 일정에도 군소리 없이 훈련에 집중하는 한국 선수들의 근면성에 놀랐다”며 “이러한 열정에 적절한 승부욕만 더해지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오카와 감독은 부임 이후 한 달 반가량 선수들의 기초 체력과 ‘스키 근육’의 강화에 집중했다. 눈 쌓인 평지와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포함해 세부 종목과 남녀별로 적게는 7km(프리·여자)에서 많게는 50km(클래식·남자)까지 달려야 하는 크로스컨트리는 육상 종목으로 치면 마라톤에 버금가는 체력을 요구한다. 또한 평지와 오르막길에서 빠른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폴을 땅에 내디딜 때 힘이 들어가는 양팔의 근력이 중요하다.

오카와 감독은 “결국 크로스컨트리의 기량 차이는 테크닉에서 결정이 나지만 그 테크닉을 빠르게 연마하고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체력과 스키 근육이 밑바탕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팀은 다음 달 12일부터 9월 16일까지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오카와 감독은 이번 훈련을 잘 마무리해서 한국 선수들이 평창에서 날개를 펼치는 꿈을 꾸고 있다.

오카와 감독은 “비교적 한국보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에선 자연스럽게 크로스컨트리를 포함한 설상 종목이 많이 알려졌지만 한국에선 (크로스컨트리를 알릴) 기회가 적었다”며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크로스컨트리를 한국에 알리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평창=김재형 monami@donga.com·임보미 기자
#크로스컨트리#오카와 시케루#평창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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