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심폐소생술로 외국인 관광객 살린 의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청 관광경찰대 이범희 수경
의식잃고 거리에서 쓰러진 중국계, 7분만에 기적적으로 호흡 돌아와
병원 따라가 통역… 긴급조치 도와

전역을 두 달 앞둔 20대 초반의 의무경찰이 갑자기 의식을 잃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7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생명을 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순찰2팀 이범희 수경(21·사진)은 19일 오후 2시 반경 서울 동대문시장 일대를 순찰하고 있었다. 매우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수경은 본능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내달렸다. 길바닥에 한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남성의 몸은 축 처지고 눈동자엔 초점이 없었다. 입을 벌리려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남성은 쓰러질 때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 수경은 두 달 전 경찰에서 받은 응급처치 교육 내용이 스쳤다. 남성을 편히 눕히고 가슴에 양손을 올린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가슴을 여러 차례 압박하자 힘이 빠져 양팔이 후들거렸다. 무더위에 온몸은 일찌감치 땀으로 뒤범벅됐다. 배운 대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남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옆에서는 남성의 아내와 딸로 보이는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이 수경은 힘에 부쳤지만 계속해서 가슴 압박을 이어갔다. 울고 있는 남성의 가족들을 보니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주변에선 119안전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기적적으로 남성의 호흡도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구급차량은 신고 7분 만에 도착했다. 이 수경은 구급대원들에게 남성을 넘긴 뒤에야 건물 벽에 몸을 기대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한 시민은 “자네가 살렸다”며 어깨를 토닥였다. 이 수경은 진이 빠진 상태였지만 까무러친 남성이 걱정됐다. 그가 실려간 병원으로 뒤따라갔다.

쓰러진 남성은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중국계 뉴질랜드인 뤄이신 씨(47·마카오대 경영학과 교수). 응급실에서 다시 만난 뤄 씨의 아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의경 복무를 하기 전 한양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던 이 수경은 통역사를 자처했다. 이 수경은 뤄 씨 아내로부터 심장판막 수술 사실을 듣고 의사에게 이를 전했다. 뤄 씨의 아내는 “한국이 좋아서 세 번이나 찾아왔다. 만일 이 수경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매우 소중한 것을 잃고 갔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심폐소생술#외국인 관광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