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 서울서 ‘평창 담금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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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표팀 일원으로 전지훈련

“마라톤으로 따지면 40km 쯤 온 것 같아요.”

이제는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안현수(32·사진)가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일원으로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대비한 전지훈련이다. 17일 만난 안현수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밝히며 그의 ‘러시아 귀화’는 국내 쇼트트랙 파벌 싸움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안현수는 “9세 때 시작한 쇼트트랙을 23년째 하고 있는데 돌아보면 징그럽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쇼트트랙을 할 날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그만둘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훈련하는 시간도 소중하다. 선수 생활 내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컸는데 평창 올림픽에서는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논란 속에 러시아로 귀화한 지 6년째. 마음의 흔들림도 컸고, 팬들의 손가락질에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그는 새 문화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안현수’를 찾는 계기가 됐단다.

“기술적으로 발전이 있었다. 처음에는 훈련량이 한국보다 적어 과연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휴식을 충분히 하고 훈련에 집중하는 이곳 문화가 내게 잘 맞았다. 한국에서는 점프나 달리기 훈련 등을 주로 했지만 러시아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훈련을 하면서 ‘파워’도 생겼다. 또 파워가 강한 선수들과 뛰면서 특히 한국이 약한 500m 단거리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러시아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현수에게 평창에서 거는 기대가 더 커지진 않았을까. 안현수는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이 평창 올림픽에서 성적은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해 달라’고 말했다”며 “평창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의 첫 종목인 1500m를 잘 타고 싶고 계주에서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현수는 한국만 생각하면 늘 미안하고 가슴이 저며 온다고 했다. 러시아 국적을 택한 배경에 여전히 오해가 많아 말과 행동이 조심스럽단다.

“한국에서 제가 피해를 봐서 러시아를 선택한 게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평창에서 야유를 들어도 개의치 않을 겁니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요.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 보지 않았지만 러시아로 귀화하는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인격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딸과 가족뿐 아니라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평창에서 뛰고 싶습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빅토르 안#안현수#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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