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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의 나무 인문학]선비는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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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의 나무 인문학]선비는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입력 2017-07-18 03:00수정 2017-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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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
유교 문화를 상징하는 회화나무.
나무의 인격화는 인간이 나무를 스승으로 삼은 중요한 증거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사군자(四君子), 소나무 대나무 매화의 세한삼우(歲寒三友)는 인간이 닮고 싶었던 대표적인 식물이다. 인간의 나무에 대한 인격화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계승하고 있다. 인격의 대상으로 삼은 식물은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나무의 인격화는 시대와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는 역사와 문화에 매우 중요한 나무들이 많다. 특히 콩과의 갈잎큰키나무인 회화나무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유교 문화를 상징하는 나무다. 이는 중국 주나라 때 천자가 살고 있는 궁궐과 선비의 무덤에 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화나무는 ‘선비나무’라 부른다. 우리나라 창덕궁의 천연기념물 회화나무를 비롯해서 성균관 및 전국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살았던 공간에 거의 예외 없이 회화나무가 살고 있는 것도 주나라 제도의 영향이다. 그래서 유교 문화 관련 공간에 살고 있는 회화나무는 단순히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나무를 심은 주인공의 정신을 담고 있다.

유학자들이 회화나무를 심은 것은 단순히 관직에 나아가 출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비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선비정신은 중국 북송시대 학자 범중엄의 ‘악양루기(岳陽樓記)’ 중 ‘천하의 근심은 천하 사람들보다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천하 사람들보다 나중에 즐긴다’에서 유래한다. 회화나무는 송나라와 조선의 선비들이 학자와 지도자로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스승이었다. 그래서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회화나무는 우리에게 선비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선비는 세상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읽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세상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면 절대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그래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은 결코 선비의 길을 걸을 수 없다. 시대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회화나무의 자유로운 가지는 선비가 닮아야 할 자세다. 나이 많은 회화나무의 옹이는 선비가 안아야 할 세상의 아픔이다. 회화나무의 옹이는 이 나무의 이름인 ‘괴(槐)’를 낳은 어머니다. 회화나무의 옹이는 단순히 상처가 아니라 살아가는 중요한 힘이다. 그래서 회화나무는 상처를 입어도 내색하지 않는다. 선비도 결코 아픔을 내색하지 말아야 한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유교 문화 상징#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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