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류샤 외부접촉 봉쇄… 출국허용 불투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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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국제사회 요청에도 묵묵부답… 中외교부 “법에 따라 처리” 원칙론만
홈피서 류샤오보 관련 모두 삭제… 관영매체 “서방이 정치화” 반격

올해 초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자유무역 전도사’를 자처했던 중국이 노벨 평화상 수상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13일 죽음을 전후해 기본적인 인권 보장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인권탄압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태도가 대국에 걸맞지 않다며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劉霞·56)에게 본인이 원하는 해외 출국을 허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인들은 류샤가 현재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로 평소 앓던 우울증이 류샤오보 사망 이후 극심한 좌절감으로 악화됐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류샤는 독일로 가고 싶다는 뜻을 주중 독일대사관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도 14일 “중국 당국이 류사에게 취한 모든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밤 홍콩에선 시민 수천 명이 도심에서 촛불을 들고 류샤오보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벌였다. 류샤오보 관련 집회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류샤오보가 사망한 병원이 있는 선양(瀋陽)시 정부는 16일 “중국 정부는 류샤의 합법적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해외 출국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시 정부는 “류샤가 자유롭지만 남편 사망으로 깊은 슬픔에 잠겨 있어 관련 당국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희망을 존중해 왔다”고 주장했다. 관영 중국신원왕(新聞網)은 “류샤는 홀로 있기를 원하는 자유인”이라는 주장을 폈다. 중국 외교부도 류샤의 현재 상황을 밝히지 않은 채 “중국 공민의 출입국은 법률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중국 당국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반체제 인사들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을 우려해 류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류샤가 인권운동의 세계적인 상징으로 떠오를 것을 중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류샤오보 부부와 가까운 반체제 인사 후자(胡佳)는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마지막 말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류샤오보가 사망 직전 남긴 말 중 알려진 대목은 류샤에게 전한 “잘사시오” 한마디가 전부다.

선양시 정부는 15일 선양시의 한 대형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이 장례를 치른 수 시간 뒤 다롄(大連) 앞바다에서 유해를 뿌렸다고 밝혔다. 보통 사흘 정도 조문을 받는 풍습에 비해 급히 장례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유족들이 사망 7일째에 음식을 준비해 넋을 위로하는 터우치(頭七) 풍속을 따르기를 원했음에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샤는 남편의 해장(海葬)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옥중 유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홍콩에 본부를 둔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가 16일 류샤의 친척을 인용해 주장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류샤오보를 둘러싼 서방의 요구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이용해 서방 정부와 매체들이 정치화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해 중국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남의 피를 빨아 만두를 빚는 격(吃人血饅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나온 류샤오보 관련 질문을 홈페이지에서 모두 삭제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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