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류샤오보 시신 화장해 유골은 바다에… ‘민주화 불씨’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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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反체제 세력에 경고 메시지

“류샤오보(劉曉波)를 죽인 중국의 악행은 보다 큰 분노와 애도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16일 대만 거주 반체제 인사 왕단·王丹 페이스북)

“류샤오보의 죽음으로 해외에서 중국 인권운동은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다.”(15일 미국 거주 반체제 인사 샤예량·夏業良 전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 언론 인터뷰)

중국 당국이 서둘러 류샤오보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을 바다에 뿌린 것은 그의 무덤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성지가 되고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중국 안팎에서 숨죽이고 살아온 반체제 운동가들은 류샤오보 사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류샤오보의 장례일인 15일 만기출소한 인권변호사 쉬즈융(許志永·44)도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그의 변호사가 전했다. 쉬 변호사는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을 요구하는 ‘신공민(新公民)운동’을 주도하다 2013년 4월 공공질서 교란죄로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2010년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 평화상 발표가 나온 직후 베이징(北京)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샤예량 교수는 “인터넷 등에 실명을 공개하며 공산당의 일당 집권을 비판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지식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가 수천 명이다. 류샤오보 체포의 계기가 된 ‘08 헌장’의 첫 서명자는 303명이지만 그 후 2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한 바 있다. 샤 교수는 2013년 해직된 후 사실상 미국으로 추방돼 현재는 워싱턴 소재 카토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갈수록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있는 반체제 혹은 체제 비판 세력의 목소리가 결집할까 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반체제 인사’로 불리는 인물들은 대부분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학생 지도부 21명 가운데 수배 1호였던 왕단(48)은 대만 칭화(淸華)대 인문사회학원 객원 교수 활동을 마치고 이달 미국으로 건너가 민주화 연구 싱크탱크를 설립할 예정이다. 두 차례에 걸쳐 7년간 복역한 후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석방됐다. 당시 베이징사범대 학생이던 우얼카이시(吾爾開希)도 프랑스와 미국에서 유학한 뒤 대만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으로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웨이징성(魏京生·67), 천체물리학자로 톈안먼 사태 후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 들어가 13개월간이나 몸을 피했다가 미중 간 마라톤협상 끝에 미국으로 망명한 팡리즈(方勵之) 박사 등이 대표적인 반체제 지식인이다.

공산당 일당 집권을 비판하지는 않지만 중국 당국이 ‘체제 도전 세력’으로 간주하는 인권운동가도 많다. 쉬즈융 변호사와 함께 인권·환경운동가로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던 후자(胡佳)가 대표적이다. 후자는 에이즈 환자 인권운동을 벌이다 수감되기도 했으며 2008년 사하로프상을 받았다.

시각장애인 변호사로 인권운동가인 천광청(陳光誠)은 2012년 4월 산둥(山東)성 린이(臨沂)시 자신의 집에서 연금 중 담을 넘어 탈출해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 들어간 뒤 미중 협상 끝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중국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종교 단체인 파룬궁(法輪功)을 창시한 인물로 1997년 미국으로 도피한 리훙즈(李洪志)와 지하 기독교 교회 종교활동가들도 중국 당국이 경계하는 인물이다. 중국 당국에 가장 눈엣가시이자 ‘불순분자’는 분리 독립운동을 부추기는 소수 민족 지도자나 지식인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1989년)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82)는 1959년 인도 다람살라로 넘어가 망명정부를 설립해 중국으로서는 가장 뜨거운 감자다.

‘위구르족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있는 위구르인 지도자 라비야 카디르(70)는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을 지내는 등 한때 제도권 내 지도자였으나 1999년 미국 의회 대표단과 만난 것이 문제가 돼 2000년 3월 국가기밀 유출 죄목으로 8년형을 받자 반체제 인사로 돌아섰다. 지금은 미국으로 망명해 세계위구르회의(WUC) 의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위구르족 출신의 일함 토티 전 베이징 중앙민족대 교수(48)는 2014년 ‘위구르 온라인’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소수민족 정책을 비판하다 분리주의를 조장한 혐의(국가분열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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