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 생존의 비밀 간직한 30만년 전 아이의 두개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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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여정/배철현 지음/428쪽·2만2000원·21세기북스

종교학자의 눈으로 인류 진화의 역사를 바라봤다.

스페인의 고원 지대인 시에라 데 아타푸에르카의 동굴에서 발견된 30만 년 전 인간의 두개골에는 구멍이 나 있다. 구멍이 2개여서 누군가 주먹도끼 같은 무기로 되풀이해 내리쳤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여기서 구약성서에서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이 두개골은 최초의 살인사건에 대한 증언이고, 당시 인간 사이의 갈등을 볼 수 있는 창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책은 인간의 폭력성보다 이타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같은 동굴에서는 치명적인 선천성 두개골 기형을 앓았던 5세가량의 어린아이 뼈도 발견됐다. 생후 1년 동안 증상이 현격하게 나타나는 병인데도 5세까지 살 수 있었던 건 누군가 헌신적으로 돌봤다는 뜻이다.

저자는 “인류는 함께 모여 살면서 갈등이 생겨나고, 자신들이 개발한 무기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과 사회의 약자를 돌보는 배려의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스스로를 ‘이타적 동물’로 변모시켰다”고 했다.

고인류학 소재의 기존 교양서들과 차별화되지 않는 부분도 꽤 되지만 저자의 전공인 고전문헌학과 연결되는 서술 등은 특히 흥미롭다. 고대 그리스인은 인간을 ‘안트로포스’로 불렀는데 이는 ‘얼굴을 위로 하고 하늘을 쳐다보는 존재’라는 뜻이라고 한다. 저자는 “눈이 양옆에 달려 자신을 공격하려는 다른 동물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동물과 달리 생존을 위해 대상을 관찰하면서 눈이 정면으로 이동한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인간의 위대한 여정#배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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