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이름으로… 명예함장된 아버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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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승전 15주년]해군 29일 ‘6용사’ 부친에 위촉장

6용사 이름 딴 유도탄고속함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용사’의 이름을 붙인 유도탄고속함들이 2015년 해상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해군은 29일 6용사의 아버지들을 이들 함정의 명예함장으로 위촉한다. 해군 제공
6용사 이름 딴 유도탄고속함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용사’의 이름을 붙인 유도탄고속함들이 2015년 해상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해군은 29일 6용사의 아버지들을 이들 함정의 명예함장으로 위촉한다. 해군 제공

“우리 아들 배를 탈 때마다 함정 대원들한테 ‘내가 이 배 함주(艦主)’라며 농담을 하곤 했거든요. 아들 이름 붙인 배를 만들어 주더니 이번엔 나를 명예함장 시켜 준다고…. 이렇게 애써 주니 너무 고맙고 눈물이 나네요.”

서영석 씨(64)는 28일 해군 유도탄고속함(400t급) ‘서후원함’ 명예함장이 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서 씨는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 포격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제2연평해전 6용사 가운데 서후원 중사(당시 22세)의 아버지다. 해군은 서 중사를 포함한 6용사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8년 12월 참수리 357정 정장 윤영하 소령 이름을 딴 윤영하함을 시작으로 2011년 11월까지 이들의 이름을 붙인 유도탄고속함 6척을 실전 배치했다. 서후원함도 2010년 말 취역했다.

해군은 이번에는 이들의 아버지를 챙겼다. 6용사 아버지들을 제2연평해전 15주년을 맞아 각자의 아들 이름이 붙은 유도탄고속함의 명예함장으로 위촉하기로 한 것. 해군은 29일 오전 2함대사령부(경기 평택)에서 제2연평해전 15주년 기념식을 열고 명예함장 위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위촉식은 해군 군수사령부에서 정비 중인 한상국함 및 황도현함을 제외한 윤영하함, 박동혁함, 조천형함, 서후원함 등 4척이 정박해 있는 군항 부두에서 열린다. 위촉식에는 서 씨를 비롯한 6용사 아버지 전원이 참석한다.

위촉식 하루 전날 경북 의성에서 평택까지 올라온 서 씨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명예함장인 내가 올라왔다고 서후원함 함장 송준호 소령이 직접 나와 맞아줬다”며 “지금 송 소령 및 서후원함 대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데 송 소령이 우리 아들과 한 살 차이가 나 아들과 함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벌써 1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잊지 않고 해군 가족으로 늘 보듬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해군은 군함으로 부활한 아들의 임무 수행 모습을 자랑스럽게 지켜봐주길 바라는 염원과 6용사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들의 부친을 명예함장에 위촉하는 것이라며 위촉식 취지를 밝혔다. ‘6용사 고속함’들은 모두 생전에 6용사들이 근무하던 2함대에 소속돼 수시로 침범을 시도하는 북한 함정으로부터 NLL을 사수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윤영하 소령 아버지 윤두호 씨(75)는 “유가족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다. 국민들이 6용사를 비롯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을 영원히 기억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 부정장으로 근무하다 북한군 포탄에 오른쪽 다리를 잃은 이희완 소령(41)은 위촉 행사 이후 2함대 고속정 승조원들을 대상으로 불굴의 군인정신을 주제로 특별 정신교육을 할 예정이다. 합동군사대 해군대학 교관으로 근무 중인 이 소령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장이라도 NLL로 돌아가 영해를 수호하는 함장이 되고 싶지만 신체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아쉽다”며 “6용사들에게 ‘생전에는 응원을 받지 못했을지 몰라도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당신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걸 알고 편히 쉬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명예함장#연평해전#6용사#위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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