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 인권위는 왜 입 다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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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현 前국제형사재판소장 쓴소리
“인권 중시 문재인 정부 사람들 北인권 이야기엔 한마디 안해
웜비어 사건 정부대응 아쉬워… 北억류 한국인 근황도 물었어야”

북한인권 관련 국제 전문가단체인 ‘북한인권 현인그룹’에서 활동하는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소장(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한국이 말은 세계 1등처럼 하면서 행동은 너무나 못하는 분야가 인권”이라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북한인권 관련 국제 전문가단체인 ‘북한인권 현인그룹’에서 활동하는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소장(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한국이 말은 세계 1등처럼 하면서 행동은 너무나 못하는 분야가 인권”이라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온)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는데 통일부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왜 한마디도 안 합니까?”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76·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은 22일 서울 마포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 국민들이 분노하는 웜비어 사망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한국인 (선교사) 3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데 수용소에 있는지, 초대소(귀빈을 접대하는 숙박시설)에 있는지, 웜비어같이 되진 않았는지 장관급에서 물었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인 송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21일 통일부 발표도 마지못해 내놓은 것으로 봤다.

송 회장은 ICC 초대 재판관에 이어 소장까지 맡으며 국제사법계를 10년 넘게 이끈 원로다.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민간 전문가조직 ‘북한인권 현인그룹’ 멤버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송 회장은 10년 넘게 국제무대에서 체험한 경험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애정 어린 쓴소리를 했다. 송 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인권을 중시하는 정부라고 생각하는데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북한 인권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꼭 다문다”며 북한 인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제2의 웜비어’를 막기 위한 방법을 묻자 그는 새로운 대안을 소개했다.

“국제사회에서 김정은을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실현되기 어려워요. 북한에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특별한 조직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의 허점도 언급했다. 송 회장은 “북한인권법 주관 부처가 인권의 ‘ㅇ’도 모를 통일부인 점이 이상하다. 외교부나 인권위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통일부의 관련 기록이 법무부에 이관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법에 괜한 외압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송 회장은 최근 본보가 보도한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법무부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주아동 인권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이 문제를 개선해봤자 법무부에선 칭찬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다들 승진하기 좋은 다른 문제만 생각하고 가만히 있어야 목이 날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나아질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가 논의되는 다자외교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다자외교는 눈에 띄는 성과는 금방 나지 않겠지만 한국은 ‘수출로 다른 나라 돈만 빼 먹는 나라’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책임을 다하는 나라’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줍니다. 이게 바로 국격이 됩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웜비어#북한억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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