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전복군소볶음 더덕구이… ‘김여사 손맛’에 정치권도 엄지 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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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의 요리 내조

인삼정과를 만들고 있는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인삼정과를 만들고 있는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 재인 씨’라고 부르는 대한민국 단 한 명의 여성 김정숙 여사. ‘유쾌한 정숙 씨’란 애칭이 붙을 만큼 소탈하고 쾌활한 모습으로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한몫하고 있다. 평소 지인들을 집으로 자주 초대해 요리를 대접할 만큼 사람들과 음식 나누기를 즐기며 실력도 뛰어나다고 알려진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고비를 맞을 때마다 관계자들에게 직접 정성 가득한 음식을 대접해 감동을 주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요리 내조’의 정치력을 보여 준다는 평이 나온다.

올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 후 각 당 원내대표들은 정치적 견해차를 보이면서도 김 여사가 직접 만든 인삼정과에는 한목소리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한 방송에서 인삼정과를 만든 솜씨와 정성을 극찬하기도 했다. 이날 김 여사는 원내대표들에게 10시간 동안 정성을 담아 조려서 만든 인삼정과를 손편지와 함께 전달했는데, ‘협치’를 상징하는 천 조각들을 모아 만든 조각보로 포장해 감동을 더했다.

사실 손님 접대가 많은 유명 정치인의 집에서는 일명 ‘○○동 요리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요리 전문가를 불러 반가의 정통 한식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 여사는 요리 경험과 아이디어가 풍부해 직접 식재료를 골라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낸다는 게 지인과 가족의 ‘증언’이다. 문 대통령 부부의 장남 문준용 씨는 ‘여성동아’ 7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만드신 열무냉면을 제일 좋아한다”며 “우리 집 열무냉면은 김치도 잘 담가야 하고 냉면 국물도 잘 만들어야 하는 요리여서 손이 많이 가는데도 척척 잘 만들어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원래 요리 솜씨가 좋다. 양식도 잘하셔서 어릴 땐 전문점에 가야 먹을 수 있던 피자나 스파게티를 집에서 해주셨을 정도다. 이북 음식인 가자미식해도 잘 만드신다. 무슨 요리든 정성을 많이 쏟는 분”이라고 말했다.

문 씨에 따르면 김 여사의 열무냉면은 냉면에 멸치육수와 열무김치 국물을 섞어 국물을 붓고 그 위에 열무김치를 얹어 만드는데 나중에도 자꾸 생각나는 그리운 맛이라고 한다.

김 여사의 요리 솜씨가 처음 일반에 알려져 화제가 된 것은 2015년 9월 22일 일명 ‘문재인 만찬’을 통해서였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문재인 당시 당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철회한 후 처음으로 문 대표 자택에서 만찬 회동을 열어 당내 갈등을 마무리한 날이다. 당시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서 두 시간여 동안 열린 만찬에는 김 여사가 직접 만든 전복군소볶음, 송이쇠고기구이, 더덕구이, 대게찜 등이 나왔다. 만찬 후 돌아가는 최고위원들에게는 김 여사가 와인과 함께 손편지를 전달했다. 정치인의 아내로 살면서 몸에 밴 경험을 살려 귀한 식재료에 절실한 통합의 바람을 담아 만든 요리 앞에서 냉정한 정치인들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이날 회동은 문 대표 주도로 당이 혁신하고 소통할 것을 국민들에게 알림으로써 훗날 대선에서 승리하는 계기를 마련한 명실상부 ‘문재인 만찬’이었다.

그렇다면 전문가는 ‘문재인 만찬’을 어떻게 평가할까. 요리 연구가 김영빈 씨는 “김 여사가 만든 음식을 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우선 돋보입니다. 요리 실력도 매우 뛰어난 수준이어야 만들 수 있는 메뉴고요. 식재료 면에서 보면 최고의 면역력 강화 식품인 송이버섯에 쇠고기를 곁들이면 영양과 맛 궁합이 뛰어나 좋은 보양식이 돼요. 더덕은 기관지와 목을 보호하는 작용이 탁월해 평소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정치인들을 배려하는 요리라고 할 수 있지요. 전복에 다소 생소한 식재료인 군소를 함께 볶아 요리한 걸 보면 김 여사의 요리 아이디어는 전문가급으로 보입니다. 인삼정과 역시 연차가 있는 한식 요리 전문가들도 만들기 녹록지 않은데,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성을 헤아리게 하는 요리로 받는 사람이 감동할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김지영 kjy@donga.com·강현숙 여성동아 기자

#문재인 대통령#밥상#김정숙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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