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자극 우려’ 보고에도… 문재인 대통령 현무-2C 참관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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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北기지-지휘부 선제타격
“軍 미사일 능력 확인하니 든든… 우리 무기는 파괴 아닌 평화 수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직접 참관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안보 태세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을 방문해 현무-2C 미사일이 예정된 사거리를 비행한 후 목표지점(이어도 북방 60km)에 정확히 명중하는 것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사일 발사 장면을 참관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이 계속 고도화돼 우리 군의 미사일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나도 궁금했는데 안심해도 된다는 걸 직접 확인하니 든든하다”며 “오늘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참으로 자랑스럽고 든든한 날”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 개발하는 무기체계는 파괴·살상이 아니라 대화와 평화의 수단”이라며 “포용정책도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안보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험발사에 성공한 현무-2C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약 800km에 500kg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중부 이남 지역에서 쏘면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오고, 제주도에서 발사해도 신의주까지 타격할 수 있다.

군 당국은 현무 미사일 보유량을 대폭 늘려 유사시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무-2C를 주력으로 한 킬체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실시간 탐지해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공격 체계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임박 시 최단 시간 내 1000여 기의 현무 계열 미사일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집무실과 전쟁지휘소 등에 쏟아부어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 2012년 10월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에서 800km로 늘렸다. 이후 2014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사거리 500km급 탄도미사일(현무-2B)의 시험발사를 성공해 실전 배치했고, 800km급까지 개발을 완료한 것이다. 이번 현무-2C 미사일 발사는 총 6차례의 시험평가 중 4번째에 해당하며 앞으로 2차례 시험을 거친 뒤 전력화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참관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고,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는 실무자들의 의견도 있었다”며 “당초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주관으로 참관과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의지를 보여 직접 참관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문재인 대통령#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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