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미세먼지는 내가 잡는다” 공기청정기 직접 만들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주목받는 ‘메이커 운동’

‘우리 집 미세먼지 농도와 놀이터 미세먼지 농도는 얼마나 다를까.’

미세먼지 기사를 종종 썼던 기자는 아이들이 활동하는 집과 놀이터의 미세먼지가 얼마나 다른지 궁금했다. 밖에서 놀려도 되는지, 집안 공기는 정말 깨끗한지 측정해 보고 싶었다. 미세먼지 측정기를 사려고 인터넷을 뒤졌는데 값이 꽤 나갔다.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쓴다는 ‘메이커 운동’이 떠올랐다. 이참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청정기 만들기에 도전해 볼까?

○ 전문가 조언 듣고 무한상상실서 직접 제작

“직접 만들어 보면 미세먼지 문제도 체감하고, 자연스럽게 코딩도 익히게 돼 훨씬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예요.”

메이커 활동에 적극적인 김규호 서강대 산학협력중점 교수는 기자를 격려하며 미세먼지 센서와 여러 기판 등 필요한 재료를 알려줬다. 김 교수는 “전기를 다룰 때와 납땜할 때 안전에 주의하고, 작은 부분보다 제작품 전체의 기능과 역할 등 큰 그림에 집중하라”고 귀띔했다.

기초 소양을 쌓은 후 작업을 시작하고자 ‘무한상상실’을 찾았다. 무한상상실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전국에서 운영하는 메이커 공간으로, 누구나 인터넷 신청(ideaall.net) 후 이용이 가능하다. 안전 교육을 받고 레이저 절단기, 목재 가공 기구, 3차원(3D) 프린터 같은 전문 장비도 쓸 수 있다. 공기청정기 제작 교육이 열린다는 소식에 충북 충주시 한국교통대 무한상상실을 방문했다.

○ 측정기→서버 연결→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조절 장치 개발

메이커 운동은 무엇인지, 수업에 쓸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에 대한 설명 등이 먼저 있었다. 공기청정기 키트를 조립한 후 3D 모델링과 레이저 절단기로 나만의 문구를 새겨 넣었다.

미세먼지 센서와 측정기의 기판을 연결하고 나니,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스마트폰으로 공기청정기를 켜고 끌 수 있을거란 기대에 부풀었다. 하드웨어와 이를 조정하는 소프트웨어를 한번에 다루기 위해 아두이노를 활용했다. 아두이노는 스위치, 센서 등에서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전원, 모터, 전등 등 외부 장치를 작동하게 하는 도구다. 원하는 기능을 코딩해 기기에 올려야 한다.

일단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청정기만 만들면 소프트웨어는 쉽게 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미 전 세계 선배 메이커들이 공유한 수많은 코드를 적당히 변형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정작 장치를 만든 뒤 벽에 부딪혔다. 공개된 코드를 일부 고쳐 쓰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코드에 세미콜론(;) 기호 하나를 빼먹어 오류가 나기도 했고, 코드를 회로에 올리는 과정에서 원인 모를 에러도 났다.

우여곡절 끝에 3, 4일 만에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를 완성했다. 측정기 서버 설정을 마치니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메이커는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필수”라며 기자를 다독였다.

○ 측정하니, 엘리베이터 안 초미세먼지 농도 높아

실제로 동네 미세먼지 농도와 집 거실, 집 앞 놀이터의 농도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PM2.5 기준) 농도는 ‘놀이터>거실>동네’ 순이었다. 사실 초미세먼지는 놀이터로 가기 위해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치가 몇 배 이상씩 차이 나지는 않았지만 실시간 데이터 그래프의 변화로 차이를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흙먼지 바람 등의 영향을 받는 미세먼지(PM10 기준) 농도 역시 거실보다는 놀이터 수치가 더 높았다.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어 보니 기성 제품을 샀더라면 몰랐을 센서의 작동 원리, 아두이노 다루는 법, 서버 등의 개념을 익힐 수 있었다. 마치 수영이나 자전거처럼 한 번 배우면 몸이 기억한다.

한국교통대 무한상상실에서 만난 주부 방지현 씨는 “그림으로만 보던 대형 장비를 직접 써 볼 수 있어 좋았다”며 “혼자 하기 어려운 작업을 완성해서 의미 있었고, 가족과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 거점 무한상상실 단장인 박성준 한국교통대 기계자동차항공학부 교수는 “문화 체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충북에서 무한상상실이 교육문화 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며 “어린 학생부터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메이커 교육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메이커 운동이란?::
일반인이 스스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개발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창작 운동을 말한다. 최근 제조업 혁신과 4차 산업혁명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미래 인재를 키울 대안 교육의 하나로 세계 각국에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한국과학창의재단 공동 기획
 
염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inny@donga.com
#메이커 운동#미세먼지#공기청정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