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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고교 “3학년 투수 1명뿐이라 혹사”… 서울 고교 “선수 많아도 에이스만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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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고교 “3학년 투수 1명뿐이라 혹사”… 서울 고교 “선수 많아도 에이스만 의존”

임보미기자 입력 2017-06-20 03:00수정 2017-06-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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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야구 부상방지 공청회,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목소리
박찬호 한국야구위원회(KBO) 국제홍보위원이 19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로 열린 유소년 야구선수 부상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공청회에 강사로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아마추어 야구의 고질적인 ‘혹사’ 해결을 위해 야구계가 머리를 맞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19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유소년 야구선수 부상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대학 진학, 프로 지명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리다 꿈도 피워 보지 못하고 지는 학생 선수들의 잔혹사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에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1일 한계 투구 수 105개 제한 △투구 수에 따른 의무 휴식일 및 투구 수 가이드라인 △혹한기(12월∼이듬해 2월 중순) 연습경기 금지 등이 논의됐다.

이날 의학전문가, 현장지도자,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 역시 ‘장기적 관점’이었다.

홍정기 차의과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은 근육과 관절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유소년에게 한 종목을 프로 수준으로 지나치게 집중 훈련시키는 건 오히려 ‘독’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KBO, KBSA, 정부, 대학, 의료기관이 협력해 한국형 ‘장기 선수 발달 프로그램(Long Term Athlete Development)’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상이 잘 나오는 특정 동작을 수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장 지도자들에게 제공해 ‘맨 파워(Man Power)’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당장 눈앞의 ‘대입(大入)’을 위해 성적을 올려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벽이었다. 3학년 투수가 1명뿐이라는 한 지방 고교 감독은 “투수가 많은 서울권에서는 투구 수 제한을 지키기 쉽지만 지방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호소했다. 반대로 선수가 많은 서울권 고교 감독은 “전국 대회 입상이 필요한 대학 입시요강 등을 맞춰 주려면 결국 잘하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쏠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대진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연구사는 “경기실적증명서에 선수의 경기력이 좀 더 명확하게 나타나게 만들면 대학이 이를 토대로 선수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오늘 공청회를 계기로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도 야구 체육특기자 선발 요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향후 정책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KBO 국제홍보위원도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경험담을 내놨다. 투구 수 제한을 미국에 가서야 들어봤다는 그도 처음에는 체계적 관리가 외려 억울했다고 말했다.


“1997년도에 제가 14승을 했는데 구단에서 마지막 경기에 등판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저야 매일이라도 나가서 15승을 만들고 싶었죠. 트레이너한테 아프다고 말한 적도 없었고요. 나중에 투수코치가 ‘억울해하지 마라. 내일 경기 안 나가도 미래에 몇 시즌, 몇십 경기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다. 오늘 한 경기를 투자라고 생각해라’ 하더라고요.”

박찬호는 어쩌면 그 한 경기가 큰 부상 없이 자신의 17년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만든 힘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선수들은 많이 던지고 싶어 해요. 특히 잘하고 있으면 더욱. 하지만 유소년 시절 그때의 선택 하나가 그 선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선수의 미래 한순간이 리그 전체의 역사가 될 수도 있어요. 아마 10년쯤 뒤면 더 스마트한 야구선수 출신 전문가들이 많아질 거예요. 모든 선수들이 류현진, 박병호, 이승엽이 되지는 못해도 그런 선수를 길러내는 지도자들도 많이 나올 거고요. 그런 체계를 만들어 주는 게 우리 선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마추어 야구#유소년야구 부상방지 공청회#체육특기자 제도 개선#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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