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양영모]복무기간 단축, 전투력 약화 우려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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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모 성우안보전략연구원장
양영모 성우안보전략연구원장
병 복무기간의 단축은 입대를 앞둔 사람이나 부모의 입장에서 반길 수 있는 일이겠으나 국가의 안위나 군의 대비 태세를 생각하면 우려되는 점이 많다. 상비 병력의 규모, 가용 병역 자원의 수급과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초급간부 인력 획득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근본적인 문제는 싸워 이길 수 있는 장병,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병 복무기간의 단축은 임무에 숙련된 병사의 활용 기간과 한 부대에 숙련된 병사가 얼마나 보직될 수 있느냐와 직결된다. 흔히 전쟁영화에서 보듯이 노련한 부사관, 병장이 공포와 불안에 떨며 사격도 제대로 못하는 신병을 옆에서 돌보며 전투를 수행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육군의 경우 병사들이 신병훈련 기간 2개월을 제외하고 부대에서 전투 임무를 상급자의 조언 없이 수행할 정도로 숙달하려면 병과, 직책에 따라 11개월 내지 16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현재 병 복무기간 21개월 중에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3∼9개월 정도라는 의미이다. 부대의 입장에서 보면 연간 60% 이상의 병력이 교체되고 있어 1년 내내 병사들의 임무 숙달을 위한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우리 군은 국방개혁 추진으로 5년 후인 2022년 상비 병력이 52만2000명으로 감축된다. 병이 31만7000명, 간부가 20만5000명 정도 될 것이다. 간부 중 3년 이하 단기복무자는 60% 정도 된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 청년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여 가용 병역 자원이 부족하게 된다. 여군 인력의 확충도 추진하고 있으나 임무 수행이 곤란한 직위, 부대가 있어 활용에 제한이 있고 모든 인원이 간부로 임용되기 때문에 예산 소요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병 복무기간 단축은 안보 상황과 제반 국방 여건을 검토하여 신중하게 추진하길 희망한다. 북한의 특수전 부대 등 대규모 군사력 위협은 물론이고 핵,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었다. 상비 병력 및 부대가 대폭 감축되고 그 병력을 충원하는 데도 가용 자원이 부족한 마당에 당장 병 복무기간 단축을 추진하는 것은 군의 전투력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다. 우리 군이 싸워 이길 수 없는, 무늬만 군대로 전락하게 될 것을 심히 우려한다.

양영모 성우안보전략연구원장
#군대 복무기간 단축#국방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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