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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치킨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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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치킨 공화국’

이진 논설위원 입력 2017-06-19 03:00수정 2017-06-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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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생리학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에 두루 정통하다. 보통의 과학자라면 이 중 한 분야를 제대로 연구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1998년 퓰리처상을 안겨준 책이 ‘총, 균, 쇠’였다. 이 책에는 인간이 야생 동물에서 가축으로 삼는 데 성공한 대형 초식 포유류가 14종이고 이 가운데 전 세계에 골고루 퍼져 있는 가축은 돼지, 소, 양, 염소, 말 등 5종에 불과하다고 나온다.

▷육식만 하거나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좁은 공간에서 잘 번식하지 못하면 가축이 될 수 없다고 다이아몬드 교수는 진단했다. 길들여지기는커녕 사람에게 덤벼든다면 최악의 결격 사유가 된다. 닭은 포유류가 아니지만 다이아몬드 교수의 가축화 성공 요인을 모두 충족해 지금은 돼지와 소에 못지않은 가축의 자리를 차지했다. 공장식 사육에 최적화돼 생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지금 한국인이 단군 이래 가장 많은 닭고기를 먹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자 재벌이 아니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먼저 납작 엎드렸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나간 BBQ가 이달 초 두 차례 올렸던 가격을 원래대로 낮추기로 했다. 교촌치킨과 BHC 등도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할인행사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강조했던 골목상권 보호의 목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일 것이다. 그런데 첫 수혜자가 가맹점주보다 소비자가 된 모양새다. 이렇게 단번에 내릴 가격을 왜 올렸나 하는 의문도 든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직장에서 밀려나 자영업자가 된 이들이 찾는 ‘종착역’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치킨 가맹점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점주들이 제 살 깎기 경쟁에 내몰린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의 성추행 추문으로 촉발된 불매운동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이도 가맹점주들이었다. ‘김상조 효과’가 일회성의 ‘군기잡기’로 끝날지, 아니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갑을관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닭의 해, 정유(丁酉)년이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치킨 공화국#김상조 효과#골목상권 보호#치킨 가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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