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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심사철 대학가… 3만원대 다과세트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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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심사철 대학가… 3만원대 다과세트 불티

이호재기자 입력 2017-06-19 03:00수정 2017-06-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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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비웃는 편법접대 성행
대학원 논문 심사 철을 맞아 한 업체가 판매하는 ‘논문심사 다과상자’. 수제 샌드위치와 과일, 마카롱 등으로 구성된 다과상자 가격은 2만5000원이다. 인터넷 캡처
서울의 한 사립대 대학원생 A 씨(28)는 석사논문 심사를 앞두고 한 도시락업체에 연락했다. 그가 주문한 상품 이름은 ‘논문 심사 다과상자’. 논문 심사 때 교수들이 먹고 마실 간식을 도시락처럼 만든 것이다. 수제 샌드위치와 제철 과일 등으로 구성된 다과상자의 가격은 3만 원. 교수 3명의 논문 심사를 받는 A 씨는 배송비까지 12만 원을 썼다. A 씨는 “학생 처지에 만만치 않지만 교수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됐지만 대학가에선 논문 심사 접대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특급호텔 식사 등 값비싼 접대는 거의 사라진 반면 다과세트 판매는 더 활기를 띠고 있다. 학점을 주고 논문을 심사하는 교수는 액수에 상관없이 대상 학생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안 된다.

서울 송파구 B업체가 판매 중인 논문 심사용 다과상자는 1만5000원에서 3만5000원 정도다. 샌드위치와 제철 과일, 마카롱, 고급 음료 등으로 구성됐다. 경기 광명시 C업체도 영양찰떡과 아몬드, 머핀 등으로 구성된 다과상자를 판매한다. 논문 심사 철이면 주문이 밀려 2, 3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3만 원짜리 다과상자가 가장 인기 상품이다. 23일까지 예약이 꽉 차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다과상자에 교수 이름을 써서 배송하는 게 원칙처럼 통용됐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후에는 교수 이름이 사라졌다.

한 푼이 아쉬운 대학원생들은 전문업체에 맡기는 대신 스스로 발품을 팔아 준비한다. 교수 취향에 맞춰 직접 ‘수제 다과상자’를 만들기도 한다. 학교 차원에서 다과비를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일 뿐 대부분 학생이 돈을 낸다. 만약 혼자 심사를 받을 경우 10만 원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원생 D 씨(27)는 “학과에 다과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학생들이 해결하라’는 답변을 들어 좌절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이 다과 준비에 목매는 건 논문 통과 여부가 교수에게 ‘전권 위임’되기 때문이다. 논문 통과가 미뤄지면 졸업과 취업 역시 줄줄이 연기된다. 교수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과거 대학원생들은 논문 심사 때 식사와 다과 대접, 선물 비용으로 수십만 원을 써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 시행 후 교육부는 전국 240개 대학에 ‘교수들이 논문 접대를 받지 않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한 대학원생은 “지금도 논문 지도를 받기 위해 교수 연구실을 찾아갈 때면 빈손으로 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학생이 교사에게 캔커피나 카네이션을 주는 행위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은 직무 관련성이 높고 상시적 평가가 가능한 관계이므로 논문 심사 때 다과를 접대하는 건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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