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없는 도로서 하루 2명꼴 차에 치여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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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삼성교통硏 2013~2015년 분석

올해 4월 16일 경기 화성시 송산면 지방도 313호선. 비틀거리며 달리던 1t 트럭 한 대가 도로 바깥쪽을 걷던 최모 씨(55·여) 일행을 덮쳤다. 최 씨 등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트럭 운전사는 만취 상태였다. 게다가 사고가 난 곳은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이른바 보차혼용도로. 현장에는 가드레일이나 경계석 등 보행자 안전을 지킬 수단이 전혀 없었다. 이 같은 보차혼용도로는 도심 주택가나 농어촌에 흔하다. 차량과 농기계 자전거 사람 등이 뒤섞여 다닌다. 작은 사고가 나도 인명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3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3∼2015년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폭 9m 미만 도로 중 보차혼용도로에서 연평균 791명이 사망했다. 9m 미만 도로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970명)의 81.5%다. 하루 평균 2명이 넘는다. 특히 차선 구분조차 어려운 폭 6m 미만 도로에서 연평균 535명이나 숨졌다.

보차혼용도로는 보행자와 차량이 같은 공간을 사용해 사고 위험이 높다. 이곳에서는 운전자가 길 위의 보행자를 정확히 보기 힘들다. 걷는 속도가 느리고 순간적인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보행자의 피해가 큰 이유다. 분석 기간 중 폭 9m 미만 보차혼용도로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연평균 420명씩 사망했다.

경찰은 보차혼용도로의 교통사고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운전자를 상대로 운행속도를 낮추도록 계도하고 있다. 달리는 차량 속도가 시속 20km만 넘어도 충돌 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량 중심의 도로 환경 탓에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0, 11월 서울 시내 보차혼용도로 12곳의 차량 속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시속 19.5km, 최고 시속 35km였다.

보차혼용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과 적재물도 사고의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는 길 가장자리로 걷는 보행자가 차량에 부딪혀 사고가 났을 경우 보행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적재물이 보도를 막아 보행자가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나왔다가 사고가 나면 일정 부분 과실의 책임을 묻는다. 또 큰 도로에 비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나 내비게이션 조작 등 운전자의 부주의가 늘어나는 것도 보차혼용도로 교통사고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네덜란드와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해 보차혼용도로의 차량 속도를 시속 16∼20km로 제한한다. 나아가 걷는 속도에 차량의 운행속도를 맞추는 곳도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주거 및 상업지역에 있는 보차혼용도로 차량 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고 사고 때 운전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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