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꽉 막힌 ‘1기 내각’ 출범… 與 더 낮추고 野 협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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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야당을 향해 “대통령의 선의를 왜곡하거나 트집 잡지 말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흔들려는 정략적 심산이 아니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 전입 문제 등을 걸어 국회 인준 절차를 막는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이 발언이 여권 내부의 조율을 거쳐 나온 것은 아닌 듯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이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1기 내각을 출범시키지 못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각료 임명제청권자인 총리 후보자부터 인사 검증의 암초에 부닥쳐 난감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 총리 후보자 외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까지 잇달아 위장 전입 논란에 휩싸여 있다. 후속 인사에서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야당의 대통령 직접 사과 요구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가는 비슷한 논란이 일 때마다 대통령이 나서야 하느냐를 두고도 고민스러울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보다 적극적이고 낮은 자세로 야당 설득에 나서야 한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데 이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과하게 공세한 것을 살펴보게 된다”고 고개를 숙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추 대표의 발언은 그런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보좌진과 커피를 든 채 산책하는 등 소탈하고 신선한 행보를 보였다. 이런 모습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에 비유됐고, 외신은 문 대통령을 ‘문바마(Moon-bama)’라 부르기도 했다. 이젠 소통의 문을 국회로, 야당으로 넓혀야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의원들과 통화하고 백악관으로 직접 불러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표명하는 것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새 정부 출범의 암초가 된 공직자 인선 기준은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내용인 만큼 대통령이 나서 이해를 구할 필요도 있다.

오늘부터 새 정부 들어 첫 임시국회가 시작된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서 협치는 필수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야당도 새 정부 초기인 만큼 협조할 건 협조해야 한다. 여권이 낮은 자세로 협조를 요청하는데도 야당이 거부한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버락 오바마#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문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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