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한꺼번에 덤볐지만 알파고 못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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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드림팀, 단체전서 불계패… ‘인간-알파고’ 페어전 롄샤오組 승리

“5명의 호랑이가 알파고에 졌다.”

26일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전(烏鎭)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중국 기사 5명 간의 단체전(상담기). 백을 잡은 알파고가 254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자 중국 매체들은 이렇게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대국은 저우루이양(周睿羊) 9단이 바둑판에 돌을 올리고 바로 뒤의 원형 탁자에서 스웨(時越) 천야오예(陳耀燁) 미위팅(0昱廷) 탕웨이싱(唐韋星) 9단이 복기를 해가며 상담을 한 뒤 착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두 세계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정상급의 기사 5명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며 한 수 한 수를 둬 나갔다. 초반에는 여러 사람의 지혜가 모아진 듯한 수가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도 지면 알파고에 희망이 없다’는 절박함과 기대를 안고 둔 인간팀은 한 명이 둘 때보다 잘했지만 알파고의 벽을 넘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현지에서 대국을 지켜본 김성룡 9단은 “상변의 흑 진영을 백 58과 60의 절묘한 수로 공략해 완전 초토화하면서 일찌감치 대세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에는 승리를 확신해서인지 알파고가 마치 버그가 일어난 듯한 수를 날리며 인간팀에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오전 열린 복식에서는 백을 잡은 롄샤오(連笑) 8단과 알파고B 팀이 구리(古力) 9단과 알파고A 팀에 22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다른 대국이 비공개 대국장에서 진행된 반면 복식은 1층 1000여 석의 대형 회의장 무대에서 진행됐다.

초반 좌변에서 파트너 알파고가 둔 수를 롄 8단이 절묘하게 호응하는 등 ‘런지(人機·인간과 기계) 궁합’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 롄샤오 조 우승의 한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구리 9단은 “대국에서 진 것은 파트너 알파고 때문이기도 하다”며 “알파고가 아직 약점이 많은데 찾지 못한 것”이라고 대국 후 소감을 밝혔다. 롄 8단은 “알파고가 결코 완전 무적일 수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알파고는 수백 년을 앞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수석 프로그래머는 “복식전에서 4명의 화가가 한 화폭에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며 “인류가 AI를 활용해 공동 창작할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알파고와 중국 기사 간 대국은 27일 커제(柯潔) 9단과의 3번째 대국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알파고#바둑#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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