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수문개방’ 농민들 찬반 엇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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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홍수 걱정 덜어준 사업” vs “수질오염 실태 조사는 필요”

“4대강 사업 자체는 잘한 겁니다. 아마 강 주변에서 농사짓는 사람은 생각이 모두 같을 겁니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중정리에서 농사를 짓는 이모 씨(54)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업무지시 내용을 전해들은 뒤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금강 주변에 설치한 3만3000m² 규모의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있다. 이 씨는 “사업 전에는 가뭄이 심하면 공주 방향 금강 상류의 바닥이 드러났는데 지금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찰랑거린다”며 “준설을 통해 물그릇을 넓혀 가뭄과 홍수 걱정을 덜어준 건 진짜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씨는 “보 때문에 오염이 발생한 건 문제”라며 수질 대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4대강 사업으로 강 주변에 유휴지가 많이 생겼는데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며 “목초지를 조성해 사료로 쓰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4대강 사업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이 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질오염 해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방적 보 수문 개방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강정고령보가 있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주민 김모 씨(76)는 “옛날에는 1년에 한 번씩 꼭 마을로 물이 넘쳤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며 “지금도 보의 물을 자주 흘려보내던데 상시 개방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정고령보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노모 씨는 “한여름에 비가 오지 않으면 녹조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라며 “그래도 보가 생긴 뒤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엄득봉 경남 창녕군 길곡면장은 “창녕은 낙동강 주변에 농경지가 몰려 있어 요즘처럼 비가 적을 때는 낙동강 물이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반면 영산강이 지나는 전남 나주시 다시면 유재청 이장단협의회장은 “죽산보가 들어선 뒤 오히려 농경지 침수가 심해졌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루빨리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 지역에서는 합리적인 수자원 활용과 수질오염 최소화를 위해 전반적인 실태조사 및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조사 과정과 대책 마련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여주시 관계자는 “물 부족 국가인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면 수문 개방도 지역 실정을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지어진 보를 해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4대강 범국민대책위 상황실장을 지냈던 이항진 경기 여주시의원은 “전반적인 실태와 추진 과정의 잘잘못은 반드시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다만 문제 확인 후 대책을 내놓을 때는 진지한 고민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녕=강정훈 manman@donga.com / 여주=남경현 / 대구=장영훈 기자
#4대강#수문개방#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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