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종대]중국인과 오불관언(吾不關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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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에서 농부가 개와 고양이를 한 마리씩 길렀다. 쥐들이 집 안 곡식을 축냈지만 게으른 고양이는 놀기만 했다. 어느 날 참다못한 개가 쥐를 모조리 잡았다. 고양이가 죽은 쥐를 쌓아 놓고 환호할 때 농부가 돌아왔다. 농부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상으로 준 뒤 피곤해 잠시 잠이 든 개를 발로 뻥 찼다. ‘구나모자 다관한사(狗拿耗子 多管閑事·개가 쥐를 잡다니…. 쓸데없는 일을 했군!)’ 고사다. 선행을 하고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중국인의 사고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1999년 중국에 취재차 처음 갔을 때 교통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도로에 쓰러져 있는데도 행인들이 모두 구경만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관 역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그는 그대로 방치됐다. 중국에서 이런 일은 다반사다. 6년 전 항저우(杭州)에서는 시후(西湖)에 빠진 여아를 보고도 구경만 하자 우루과이 여성 관광객이 뛰어들어 구해 중국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런 오불관언(吾不關焉) 현상은 중국 언론도 자주 비판한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개선은커녕 되레 심화되고 있다. 린위탕(林語堂·1895∼1976)은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이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설명했다. 문화와 습속이 다른 이민족의 지배가 많았던 중국에서 끼어들었다가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식이 부모를, 제자가 스승을 고발했던 문화대혁명의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산둥 성 웨이하이(威海) 시 터널에서 일어난 통학버스의 화재 참변으로 한국과 중국 유치원생 11명이 숨졌다. 인터넷에 오른 사고 장면을 보며 누리꾼들은 “지나가던 운전자가 잠시 멈추고 밖에서 창문만 깨줬더라도 모두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국인의 시민의식 부재를 아쉬워한다. 이 때문일까.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이례적으로 유족을 위로하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중국은 이번 기회에 ‘남의 일에 참견 마라’는 ‘별관한사(別管閑事)’ 추방운동을 벌여 보면 어떨까.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
#중국#오불관언#산둥 웨이하이 유치원버스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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