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없어도 다른 부위로 손을 대신할 수 있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신체장애인이 발로 병뚜껑 딸때 ‘손 담당’ 알려진 뇌 영역 활성화
“뇌 영역, 각 신체부위와 연결 아닌 ‘개별 기능’과 연결된 것일 수도”

타마 마킨 영국 런던대(UCL) 연구원 팀이 한쪽 손 없이 태어난 신체장애인의 동의를 받아 실험하는 모습. 돈을 셀 때 팔이나 발, 입 등 여러 다른 신체 부위를 사용했지만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한 결과 ‘손을 담당하는 부위’로 알려진 영역이 활성화됐다. 영국 런던대 제공
타마 마킨 영국 런던대(UCL) 연구원 팀이 한쪽 손 없이 태어난 신체장애인의 동의를 받아 실험하는 모습. 돈을 셀 때 팔이나 발, 입 등 여러 다른 신체 부위를 사용했지만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한 결과 ‘손을 담당하는 부위’로 알려진 영역이 활성화됐다. 영국 런던대 제공
뇌의 특정 영역이 손 등 특정 신체 부위와 각각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세부 영역은 신체 부위 자체가 아니라 해당 부위의 ‘기능’과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오토타케 히로타다(乙武洋匡)나 닉 부이치치처럼 선천적으로 신체 일부가 없는 사람이 다른 부위로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이유다.

타마 마킨 영국 런던대(UCL) 연구원 팀은 한쪽 손 없이 태어난 신체장애인 17명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한쪽 손이 없는 사람은 병뚜껑을 따거나 돈을 셀 때 팔이나 발, 입 등 여러 다른 신체 부위를 사용한다. 연구진은 이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관찰했다.

조사 결과 신체장애인이 손을 사용할 수 없음에도 뇌에서는 그간 ‘손을 담당하는 부위’로 알려진 영역이 활성화됐다. 뇌의 각 영역이 특정 신체 부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결과다. 연구진은 뇌의 세부 영역이 신체 부위가 아닌 ‘개별 기능’과 연결된 것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결론지었다.

연구진은 손이 없는 사람의 뇌가 다른 부위로 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적응한 것으로 보았다. 뇌가 외부 자극이나 학습에 의해 스스로 변화하는 가소성 덕분이다. 다만 성인에게선 이런 변화가 제한적으로만 나타났다.

마킨 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맞다면 우리는 상당히 오랫동안 뇌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의수를 이용한 교육 등 신체장애인 정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개별 기능#오토타케 히로타다#의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