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中 ‘항모굴기’… 美 해양패권에 도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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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자체기술 제작 ‘산둥함’ 진수식


미국이 칼빈슨함에 이어 니미츠함까지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시키며 북한에 대한 항공모함무력 시위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첫 국산 항모를 진수시키며 ‘항모 굴기(굴起)’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26일 오전 랴오닝(遼寧) 성 중국선박중공업그룹 다롄(大連)조선소에서 2호 항모 ‘001A형 항공모함’의 진수식을 가졌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항모 갑판 둘레에 가득 설치된 붉은 깃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고 국제관례에 따라 샴페인 병을 선박에 부딪쳐 깨뜨리면서 진수식이 시작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초 001A형 항모 진수식은 해군 창건일인 23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것으로 알려졌고 시 주석도 21일 다롄에 도착했다. 하지만 조수(潮水) 만조기가 안 돼 바닷물 깊이가 충분치 않자 진수 날짜가 늦춰져 시 주석 대신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 군 고위 관계자가 참석했다. 새 항모의 이름은 통상 취역할 때 붙여지는데 바다에 인접한 성(省)의 이름을 배에 붙이는 해군의 관례에 따라 ‘산둥(山東)’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둥함은 남해 함대에 배속돼 함대 본부가 있는 하이난(海南) 성 싼야(三亞)에 모항을 두고 활동할 예정이다. 싼야는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산둥함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둥함이 실전 배치되면 남중국해에 항모가 상시 주둔해 이곳에 출몰해 온 칼빈슨함 등 미국 항모와 본격적으로 기세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함이 다롄에서 출발해 동중국해를 거쳐 남중국해에 이르러 육해공 합동 작전을 벌이고 돌아간 바 있다.

2012년 9월 진수된 랴오닝함은 구(舊)소련의 퇴역 항모인 바랴크함을 구입하여 개조해 만들었다. 산둥함도 랴오닝함을 모방해 외관상으로는 비슷하지만 중국이 자체 제작한 것이어서 ‘중국산 첫 항모’로 부른다. 레이더, 통신, 무기 등 핵심 시스템은 모두 중국의 최신 기술이 도입됐다는 것이 중국 측 설명이다. 중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항모를 독자 제작한 나라가 됐다.

인민해방군 해군 출신 군사전문가인 차오웨이둥(曹衛東) 해군 연구소 연구원은 “첫 국산항모는 중국 자체 역량을 통해 완성했다”며 “함재기 이착륙 시설, 레이더 시설, 무선통신 시설 등 기술 수준이 모두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길이 315m, 너비 75m 규모인 산둥함은 최대 속도 31노트의 디젤 추진 엔진을 장착했으며 젠(殲)-15 함재기 40대를 탑재할 수 있다. 랴오닝함처럼 선수(船首)가 선미에 비해 높아 스키점프 방식으로 함재기를 띄운다. 선체 부분별로 나눠 제작한 뒤 합치는 모듈 조립방식으로 건조됐다.

중국은 산둥함에 이어 국산 2호 항모이자 ‘순수 중국산’이라고도 부르는 3호 항모를 2015년 3월부터 상하이 장난(江南)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핵 추진 항모 2척을 포함해 동해, 북해, 남해함대에 각각 2척씩 6척의 항모를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네 번째 항모부터는 미국 항모처럼 핵동력을 사용하고 함재기 이륙도 증기 사출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쉬광위(徐光裕) 중국군축협회 고문이 홍콩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항모굴기#산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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