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세돈]성장률 전망 상향에도 낙관할 수 없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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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KDI 올 성장률 2.6% 전망… 설비투자·수출 늘었다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우려
성장전략엔 재정역할 중요
지지율 50% 미만의 새 대통령이 정부 지출 우선순위 놓고 국회 동의 받을 수 있겠나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2.5%에서 2.6%로, KDI는 2.4%에서 2.6%로 성장 전망치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두 기관이 성장 전망치를 동시에 올렸으나 그 근거는 사뭇 달랐다.

한국은행은 상향 조정 배경으로 설비투자의 개선을 꼽았다. 1월에는 설비투자가 금년 중 2.5%밖에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봤으나 이번에 6.3%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경제성장 전망치가 크게 올랐다. 설비투자가 전체 경제의 8%이므로 이것을 3.8%포인트 상향 조정하면 성장률이 0.3%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나온다. 반면 KDI는 수출 증가 때문에 성장 전망치가 달라졌다. 작년 말에 금년 수출이 1.5% 증가할 것이라고 봤던 것을 이번에는 4.9%로 본 것이 성장률 전망치 상승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결국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의 상향 조정 이유로 설비투자를 든 셈이고 KDI는 수출 증가를 근거로 본 셈이다. 그러면 향후 경제는 한국은행과 KDI가 전망한 대로 나아질 것인가?

지난 10여 년간 설비투자는 매우 부진했다. 최근 10여 년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3.1%에 불과했다. 특히 작년에는 2.3%나 감소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 6.3%는 조금 과도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미국 금리가 하반기 이후 올라간다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침체될 것이 확실하다.

최근에 수출이 증가하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2015년 가을 달러당 122엔이던 일본 엔화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절정에 달했던 2016년 6월에 101엔까지 강세로 반전되었다. 엔화 강세는 전기전자, 자동차는 물론이고 석유화학제품의 국제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임으로써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최근의 우리나라 수출 증가를 견인했던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2016년 6월 이후 최근까지 9개월 동안의 엔화 환율 움직임은 크게 우려스럽다. 달러당 101엔에서 최근 111엔대까지로 상승한 것이다. 그에 반해 원화는 오히려 달러당 1200원에서 1100원대로 하락하였다. 이렇게 되면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일본에 비해 다시 떨어지고 그것이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금년 하반기부터 수출 부진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설비투자의 확장에 따른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 상향 조정이나 수출 확장에 따른 KDI의 전망 조정 모두 일시적인 현상이지 장기적인 트렌드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성장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가? 중소기업 중심의 새로운 수출투자전략이 보다 중요해졌지만 재정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졌다.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재무부의 권고는 옳은 지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어느 부문에 재정투입을 집중하느냐 하는 선택이다. 낙후된 도시 시설의 재정비 등 사회 인프라 투자에 재정지출을 집중할 수도 있고, 고령자 복지나 청년실업자 수당에 집중할 수도 있으며, 연구개발(R&D) 투자에 재정을 투입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데 재정지출을 집중할 수도 있다. 아니면 과거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정부처럼 국방지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여러 재정지출 부문 중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 하는 문제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그것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어떤 재정정책이 가성비, 즉 드는 비용에 비해 가장 효과가 크고 빠른 정책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전문가라고 해도 그들에게 여러 가지 재정정책 수단의 효과와 신속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로는 하나의 정책을 취하면 사실상 다른 여럿을 미루거나 포기해야 하는데 이 경우 형평성을 이유로 들어 배제되는 그룹에서 집단 반발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어떤 재정정책이라도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밀어붙인다고 되는 일이 거의 없다. 국회가 동의를 해야 하고 또 국민도 수긍해야 한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도 못 되는 지지를 받고서 된 대통령이 나머지 절반 이상의 동의와 지지를 받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성장률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제를 낙관하지 못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경제성장 전망치#설비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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