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이 모습을 기다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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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SF전 6이닝 1실점 쾌투… 비중 확 늘어난 명품 체인지업
릴리스포인트 낮아지며 구위 살아나… 타선 지원 못받아 첫승은 또 실패

LA지역 신문도 극찬 류현진(LA다저스)이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이 이날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막자 지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고무적인 밤(Encouraging Night)”이라고 평가했다. 프리랜서 이사부 씨 제공
LA지역 신문도 극찬 류현진(LA다저스)이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이 이날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막자 지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고무적인 밤(Encouraging Night)”이라고 평가했다. 프리랜서 이사부 씨 제공
미국에서는 야구를 흔히 ‘인치(2.54cm)의 게임’이라고 한다. 그만큼 작은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는 뜻이다. 어깨 수술 후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 가고 있는 류현진(30·LA 다저스)은 1인치보다 미세한 1.5cm 차이로 ‘더 몬스터’의 위용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안방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 5개를 맞았지만 1실점으로 막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류현진이 퀄리티스타트(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3자책점 이하만 내주는 일)를 기록한 건 2014년 9월 7일 이후 961일 만에 처음이었다.

팀이 1-2로 패하는 바람에 류현진은 시즌 네 번째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오늘은 류현진의 경기였다”며 엄지를 세웠다. 그만큼 투구 내용이 깔끔했다. 최고 구속으로 시속 92.9마일(약 149.5km)을 찍었다.

앞선 세 차례 등판과 이날 투구 내용이 가장 달랐던 건 빠른 공(속구) 구사를 줄인 대신 체인지업 비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류현진이 던진 공 96개 중에서 39개(40.6%)가 체인지업이었다. 앞선 세 경기 때(23.5%)보다 72.8% 늘어난 비율이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처에서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선택한 비율은 53.3%(30개 중 16개)로 더 올랐다.

효과도 만점이었다. 체인지업은 ‘맞혀 잡는 공’이다. 류현진은 이날 삼진은 3개에 그쳤지만 땅볼 아웃을 7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땅볼 아웃 7개 중 5개가 상대 타자가 체인지업을 때렸다가 당한 결과였다. 전체적으로 류현진이 잡은 아웃 카운트 18개 중 8개(44.4%)가 체인지업을 던져 나온 결과였다.

이제 1.5cm의 비밀을 풀 차례다. 이날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투수가 공을 놓는 위치)는 평균 5.77피트(약 175.9cm)로 홈런 3방을 내준 17일 경기 때 5.82피트(약 177.4cm)보다 약 1.5cm 낮았다. 이날만 유독 특이한 건 아니다. 류현진은 2014년에도 체인지업 릴리스 포인트가 가장 낮은 다섯 경기 때 평균 자책점 1.78로 제일 강했다. 릴리스 포인트가 내려왔다는 건 공을 타자 쪽으로 끌고 나와 던졌다는 뜻이다. 그러면 타자들이 공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기 때문에 정확한 타격이 힘들어진다. 결국 체인지업 릴리스 포인트가 내려갈수록 류현진의 위력은 더욱 올라갈 확률이 높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류현진#la다저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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