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개사 분할 추진… 지주사 전환 속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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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이사회서 지배구조 개선 논의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낸다. 현재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 지주사를 만들어 복잡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21일 금융 및 재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는 다음 주 이사회를 열고 기업 분할을 논의한다. 이사회 일정은 26일이나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롯데 내부에서는 롯데쇼핑 등 4개사를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와 지주사 격의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후 투자회사끼리 합병하면 ‘호텔롯데→중간 지주사(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투자회사의 합병)→롯데쇼핑 등의 사업회사, 롯데케미칼, 대홍기획’ 등으로 이어지는 지분 흐름이 완성된다. 롯데그룹 측은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일축했다.

롯데그룹은 매우 복잡한 지배구조로 유명하다. 일본 롯데에서 호텔롯데로 이어지는 지분 흐름 아래 주력 계열사끼리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고리가 현재 67개가 있다. 그나마 2015년 초 416개에서 지난해 67개로 80% 이상 줄인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 당시 지적된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사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또 2016년 10월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그룹의 혁신안을 발표하며 지주사 체제 전환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재차 강조해 왔다.

그간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에는 호텔롯데 상장안이 있었다.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개선할 자금을 확보하고, 일본 롯데로부터 이어오는 지배 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초 상장심사까지 진행했지만 그해 6월 오너 일가의 경영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무산됐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곧바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또다시 연기됐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복으로 인해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인 면세점이 타격을 받은 점도 호텔롯데 상장 연기에 한몫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우선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이 회복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롯데쇼핑 등 4개사 인적 분할을 통해 중간 지주사를 만듦으로써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1월 롯데쇼핑 등 4개사는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을 비롯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4개사의 인적 분할을 통해 중간 지주사를 만들면 향후 호텔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 구상으로 좀 더 순조롭게 갈 수 있다. 호텔롯데가 지주사로서 곧바로 순환출자 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을 사들이려면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향후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 롯데쇼핑 등 4개 투자회사가 합병한 중간 지주사가 합병함으로써 롯데의 지주사 전환 구상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롯데그룹주(株)는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 주가는 전날보다 4.48% 오른 2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 주가는 롯데그룹의 사드 용지 제공이 확정된 뒤 중국의 보복으로 약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날 상승으로 2월 중순 주가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롯데칠성(4.35%) 롯데푸드(2.52%) 롯데케미칼(2.17%) 등 주력 계열사의 주가도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인적 분할을 하면 통상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분할의 최종 목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주는 지배구조 개편 내용이 알려지기 전인 20일에도 롯데제과 8.29%, 롯데칠성 6.01%, 롯데쇼핑 4.45% 등 크게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관련 정보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거래소가 미공개 정보 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혐의를 파악하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이건혁 기자
#롯데#지주사 전환#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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