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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칼럼]패권주의, 그리고 대선후보를 향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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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칼럼]패권주의, 그리고 대선후보를 향한 질문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입력 2017-04-20 03:00수정 2017-04-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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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패권’ 실패가 드러낸 패권주의 정권의 잇단 실패… 제왕적 대통령제 아닌 무책임한 국회-정당 때문
국가적 문제 해결할 생각 없으니 與野 협력할 필요도 못 느낀다
대선 후보들은 말하라… 국회 개혁 또는 개헌 의지 있는가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영어에 ‘레짐(regime)’이라는 말이 있다. 정권이라는 말로 번역되기도 하고 또 그렇게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뜻만은 아니다. 본래 뜻은 그보다 크고 넓다.

뭐라 해야 할지 사전을 찾아보았다. ‘정체(政體), 통치방식’ 등으로 되어 있는데 여전히 그 뜻이 잘 잡히지 않는다. 할 수 없다. 그냥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잘 바뀌지 않는 정치나 정부 운영의 기본 양식이나 방식으로 이해하자.

우리 정치에도 이 레짐이 있다. 패권주의, 즉 특정 집단이 권력을 잡은 뒤 그 권력을 배타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그것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상호협력하기보다는, 누르고 배제하는 정치를 한다는 말이다. 정권이 바뀌고 또 바뀌고, 민주화다 뭐다 하여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 패권주의의 관행은 일종의 습관처럼 이어져 왔다.

사실 이 패권주의는 민주화 수준이 낮고 시장과 시민사회가 발달하지 못한 곳에서나 볼 수 있다. 우리 정도 되는 사회에서 운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정치·사회·경제 주체들이 저 나름의 힘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 누구도 다른 어느 누구를 쉽게 누르고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패권주의는 판판이 실패하고 있다. 여러 대통령의 거듭된 고난과 ‘친박(친박근혜) 패권’의 비참한 몰락에서 보듯 그 결과 또한 비극적이다. 사라져도 벌써 사라졌어야 할 것이 일종의 ‘좀비’처럼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많은 사람들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야기한다. 힘이 없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대의 협조를 구하겠지만, 힘이 워낙 강하다 보니 대통령부터 상대를 누르고 배제하는 쪽으로 흐르게 된다는 말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같으면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통령에게 큰 힘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상대를 누르고 배제하면서 국정을 이끌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국회나 정당의 권한과 역할이 커진 데다 시민사회와 시장 역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통령은 늘 힘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것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극복하려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상대와의 연정을 제안하기도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자파 세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지금의 패권정치는 오히려 책임을 지지 않는 국회, 책임을 지지 않는 정당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이들 기구와 기관은 민주화 이후 상당한 권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정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내각 운영에 대한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많은 경우 지역구도 등이 안전망을 제공한다. 잘못을 해도 또 이기고 당선된다는 말이다.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으니 어떻게 되겠나? 먼저 문제를 보지 못한다. 산업구조 조정의 문제건 인력 양성의 문제건 알 바 아니다. 자연히 문제를 풀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도, 또 이를 위한 대화와 타협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오로지 상대를 죽여 내 힘을 키우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패권주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게 바로 망국의 레짐, 패권주의의 뿌리다.

이제 하고 싶은 질문을 하자.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물을 것인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당신은 얼마나 맑고 진실한 사람이냐고? 그래 맞다. 모두 물을 만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이 패권주의 ‘좀비’ 레짐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결국은 국정 운영 체계 개편의 문제이고 개헌의 문제다. 또 연정이나 협치의 문제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후 물어도 좋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지,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지, 다수 의석을 만들기 위한 억지는 부리지 않을 건지 등은 지금 반드시 물어야 한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이 말했다. “이 물건 저 물건 모두 용광로로 녹여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야 할 판에, 정치하는 자들은 있는 물건 불에 달궈 날이나 세우는 짓을 하고 있다.” 근본적인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판에 민심 달래는 일이나 하고 있음을 꾸짖은 것이다.

패권주의를 유지할 것인가? 그래서 구시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협치와 통합의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제대로 푸는 새로운 시대로 갈 것인가? 망국으로 치달았던 조선, 그 조선을 걱정했던 선생을 생각하며 묻는다. 대선 후보들과 유권자 여러분에게.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


#regime#패권주의#친박 패권#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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