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조사위 첫날, 미수습자 가족과 마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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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찾아 수색방안 논의
가족들 5가지 ‘합의’ 요구에 난색… ‘협의’로 바꿔 제시하자 파행
기상악화로 세월호 이동작업 중단, 30일 목포신항으로 출발 불투명


순조롭게 진행되던 세월호 인양 마무리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기상 악화로 작업이 중단되면서 30일 목포신항으로의 출발이 불투명해졌고, 선체 조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잡음이 일고 있다.

○ ‘합의’와 ‘협의’ 놓고 충돌

29일 오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 8명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28일 출범 후 첫 공식 활동이다. 조사위원들은 미수습자 가족 10명과 함께 이동식 조립주택에서 수습 원칙을 논의했다.

오후 2시경 시작된 협상은 약 4시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습 방식 결정 전에 가족들과 ‘합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또 목포신항 육상에 거치가 완료되면 즉각 미수습자 수습에 돌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3가지 항목을 더해 총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사위원회는 ‘합의’라는 용어를 ‘협의’로 바꾸자고 했다. 미수습자 수습 시기에 관한 항목도 ‘즉각적인 수습 작업 돌입이나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점검한다’고 수정했다. 가족들의 제안이 법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다.


이견이 계속되자 협상 내내 미수습자 가족들 사이에선 “인양 목적이 뭐냐” “일어나서 나가라”는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종이를 내던지며 땅바닥을 내리치기도 했다. 허다윤 양(단원고)의 어머니 박은미 씨(47)는 오열을 하며 몸부림치다 다른 사람들에게 업혀 옮겨지기도 했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가급적 (미수습자가) 수습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직의 목적”이라며 “4월 5일까지 미수습자 수습 방안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안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 목포행 일정에도 ‘빨간불’

30일 목포신항으로 출발하려던 계획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잠수식 선박이 있는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의 기상이 나빠지면서 29일 종일 이송 준비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반잠수식 선박의 날개탑 2개를 제거하고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다행히 목포신항은 현장수습본부가 들어설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세월호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통신과 전기 작업은 대부분 완료됐다. 수습본부는 해수부와 국민안전처 교육부 법무부 등 각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110여 명으로 꾸려지며 유해 수습과 장례 의료 등의 지원 업무를 맡는다.

세월호 선체는 바다와 맞닿은 하역공간을 거쳐 3만2004m² 규모의 작업장에 내려진다. 반잠수식 선박이 부양해 갑판을 부두와 수평으로 맞춘 뒤 모듈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옮기게 된다. 세월호는 선체 앞부분부터 내려진 뒤 작업장에서 가로로 길게 놓이게 된다. 모듈 트랜스포터는 반잠수식 선박이 동거차도를 출발하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장 앞쪽에는 사무동이 들어서는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무동은 현장수습본부 사무실과 미수습자 가족 공간, 작업공간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는 숙소 주변에는 철조망을 쳐 수습본부 사무실과는 분리된다. 현재까지 45개 컨테이너가 설치됐으며 앞으로 29개 컨테이너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 최혜령 기자


#세월호#선체조사위#수색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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