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가 안 변하면 희망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축구인-전문가들이 말하는 한국축구 문제점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이 28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에서 시리아를 1-0으로 꺾고 승점 3점을 챙겼지만 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23일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하면서 일어났던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잠들지 않고 있다. 시리아전에서 전반 4분에 선취 득점을 했지만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 불안 등 고질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종예선에서 7번 싸웠다. 단 한 번도 맘 놓고 경기를 본 적이 없다. 선수 선발이 ‘그 나물에 그 밥’이고 전술에서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 가면 큰일이 난다.”

한때 대한민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활약했던 한 축구 원로는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은 지 3년이 다 돼 가는데 보여준 게 도대체 뭐냐”고 말문을 열었다. 2014년 9월 한국 사령탑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이 ‘변했다’는 느낌을 주는 전술이나 전략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한탄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서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 축구가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싸울 상대에 대한 분석도 없고 상대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은 주위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선수 선발이나 전술에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백서를 쓸 정도로 자세하게 지난 경기에 대한 분석을 하고 어떻게 바뀔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에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신우 전 MBC 해설위원도 “고비가 왔으면 어떡하든 탈출하려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전 위원도 선수 선발과 전략, 상대 분석 등에서 새로운 게 없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부탁한 한 방송 해설위원은 “지금 체제로 가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대한축구협회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3년 가까이 축구대표팀에서 진화라는 두 글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를 퇴보시켰다. 선수 선발 등을 납득할 수 없는데 선수들이 어떻게 감독을 믿고 경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다시 최종예선을 시작하는 6월까지 시간이 있으니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계속 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을 제치고 A조 2위를 달리고 있으나 승점 차가 1점에 불과하다.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받을 수 있고 조 3위를 하더라도 플레이오프가 있어 월드컵 티켓을 획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감독님은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러나 어떤 플레이를 주문해도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했다”고 슈틸리케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그 선수들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도 감독이 해야 한다. 선수들이 감독이 주문하는 어떤 플레이도 못 했다면 결국 감독 책임인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선수들을 움직일 수 없다면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사령탑을 앉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러시아 월드컵#슈틸리케#한국 축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