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 후보 다가선 文, 그래도 아직은 대선주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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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에 이어 어제 충청 경선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표는 47.8%의 지지를 얻어 안희정 충남도지사(36.7%)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15.3%)의 득표율을 뛰어넘었다. 안 지사의 텃밭인 충청에서도 문 전 대표가 승리함으로써 대세론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31일 영남권에 이어 다음 달 3일 마지막 경선지인 수도권 경선 결과가 남아 있지만 결선투표 없이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어제 경선 승리 후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해 압도적인 대선 승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본선을 얘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남아 있는 두 개 권역의 선거인단 수가 전체의 74%나 된다. 충청 경선에서 2위를 한 안 지사도 “게임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본선에 진출한다고 해도 갈 길은 멀다. 호남과 충청 경선에서 안 지사와 이 시장에게 투표한 비율이 44.1%나 된다. 이들 비문(비문재인) 표심이 얼마나 이탈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국갤럽의 3월 셋째 주(3월 14∼16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이 50%로 ‘호감’(47%)보다 더 많다.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문 전 대표지만 아직 지지율 40%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호남에 이어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내리 압승하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로 부상한 것도 문 전 대표에겐 도전이다. 안 전 대표는 경선 승리 후 지지율이 급등하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만 문 전 대표 지지율은 별 변화가 없다.

문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적폐 대청산’ ‘국가 대청소’를 외쳐왔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눠 편 가르기 하는 ‘분노의 정치’에 매달려왔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과거에만 의존한다면 본선에서 표의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보편적 복지’ 정책으로 당내 지지를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본선에선 중도층이 돌아서 낙선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야 한다.

경선에서 지지층만 바라보는 선거에 치중했던 문 전 대표는 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전체 국민을 향한 통합과 포용, 타협의 메시지를 발신하길 바란다. 민주당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문 전 대표가 본선 경쟁력이 약할 것이라는 판단이 되면 결선투표를 통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고, 당 경선을 깨끗한 축제로 만들어야 설사 이번엔 지더라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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